해 넘기는 ‘국립대병원장 공석’ 사태

안준용 기자 2022. 12. 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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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이사회 추천 2명… 정부 “후보 다시 올려라” 통보

대통령실이 서울대병원 이사회에서 추천한 서울대병원장 최종 후보 2명 모두 병원장으로 임명하지 않기로 하고 병원 측에 최근 통보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병원 이사회가 두 후보를 추천한 건 4개월 전이었다.

이에 따라 신임 서울대병원장 임명이 현 병원장 임기 만료 후 7개월 이상 미뤄져 해를 넘기게 됐다. 또 부산대병원 등 다른 국립대 병원도 병원장 공석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의료계를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가·지역 의료 거점 병원에서 신규 사업 추진과 필수 행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고위 관계자는 이날 “정부에서 최근 서울대병원장 최종 후보 2명 모두 적합하지 않다는 취지로 내년 1월 말까지 다시 후보를 올리라는 공문이 왔다”고 했다. 병원 이사회는 지난 8월 마취통증의학과 박재현 교수와 외과 정승용 교수를 병원장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이후 교육부 장관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절차가 남았는데, 제청 이후 대통령실 검증 및 대통령 임명 단계에서 임명을 거부한 것이다. 이에 올해 5월 31일로 공식 임기가 끝난 김연수 병원장이 해를 넘겨 내년 초에도 직무를 이어가게 됐다.

대통령실 인사 검증 등을 거쳐 교육부 장관이 병원장을 임명하는 다른 국립대 병원 3곳도 사정은 비슷하다. 부산대 병원은 지난 4월 이정주 전 병원장 퇴임 이후 8개월 이상 병원장 공석 상태다. 앞서 3월 이사회에서 후보자 2명을 선정하고도 임명 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진료부원장의 ‘직무 대행 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제주대 병원과 충남대 병원도 각각 10월, 11월 이후 병원장 공석으로 진료처장이 직무를 대행하고 있다.

국립대 병원장 임명이 지연된 표면적 이유는 교육부 장관 공석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김인철 후보자 낙마, 박순애 전 장관 조기 사퇴로 지난달 7일에야 이주호 장관이 취임했다. 하지만 박 전 장관 재임 당시는 물론 사퇴 이후 직무 대행인 차관이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데도 정부에선 국립대 병원장 인선을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서울대 병원 내부에선 “병원 이사회가 최종 후보 2명을 올린 지 4개월이 다 돼서야 ‘둘 다 안 되겠다’고 돌려보낸 일부터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왔다.

의료계에서는 “신임 병원장 임명 지연으로 보이지 않는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서울대 병원 교수는 “당장 병원 운영·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새로운 해외 프로젝트 등 주요 사업에 관한 의사 결정이 사실상 불가능해 ‘멈춤 상태’가 돼버리고 노사 협의 등 행정적 문제도 생긴다”며 “국내 의료 현장에서 서울대 병원이 갖는 상징성과 공공 의료 부문의 역할을 감안하면 더는 지체해선 안 된다”고 했다.

실제 서울대 병원장 임명이 지연되면서 그간 병원 내부에선 ‘특정 후보를 미는 정부 유력 인사 간 힘겨루기 때문에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퍼져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병원 관계자는 “당장 지난 8월 병원장 1차 후보 5명 중 최종 후보 2명에 들지 못한 다른 후보들이 다시 후보가 될 수 있느냐를 놓고도 여러 얘기가 나온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이주호 장관이 서울대 병원 감사 자리에 검찰 수사관 출신 퇴직 공무원인 박경오(61) 감사를 임명해 논란을 키웠다. 그는 서울시 보건직 공무원 신분으로 검찰에 파견돼 보건·의약, 마약 관련 범죄 수사 업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병원 감사는 병원 업무와 회계가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조사하는 자리인 만큼 지금까지 주로 감사원이나 교육부 출신 등이 임명돼 왔다. 검찰 출신 임명은 이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정복 의원은 지난 10월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그가 서울대 병원 감사 최종 후보에 오른 사실을 언급하며 “감사와 수사는 다른 영역”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립대 병원장 장기 공석 문제는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앞서 2019년 이종배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임명권자가 이사회 추천을 받은 날부터 1개월 내 임명토록 하고, 임명하지 않을 경우 등에는 그 사유를 바로 이사회에 통보하도록 하는 ‘국립대 병원 설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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