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번갯불 콩 볶듯 감독 바꿨으면, 16강도 없었다

도하/이영빈 스포츠부 기자 2022. 12. 8.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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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직후 부임해 카타르 월드컵까지 약 4년 4개월 동안 대표팀을 이끌었다. 이 점이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냈다는 분석이 많다. ‘길고 확고한 믿음’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 한국 축구는 4년 동안 하나의 사령탑 체제로 준비해 월드컵을 치른 적이 없었다. ‘4강 신화’ 2002 한일 월드컵의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은 19개월을 맡았지만, 협회의 강력한 지원 덕에 ‘집중 훈련’을 할 수 있었다. 그다음 ‘첫 원정 16강’을 이뤄낸 허정무 전 감독은 31개월 동안 대표팀을 맡았다. 그 외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딕 아드보카트(2006·9개월), 홍명보(2014·13개월), 신태용(2018·13개월) 전 감독들은 전부 1년 남짓이었다.

독일의 요아힘 뢰프 전 감독은 2006년부터 15년 동안 대표팀을 이끌며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일궜다. 지난 대회 우승팀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 감독(10년), 치치 브라질 감독(6년) 등 강호들은 대부분 장기 집권 체제다.

‘길고 확고한 믿음’을 위해선 확실하고 끈질긴 검증을 통해 최적의 인물을 사령탑에 앉혀야 한다. 대신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과거는 2014년 9월부터 33개월 동안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의 사례다. 대한축구협회는 당시 후보군에 없던 슈틸리케 감독을 깜짝 선임하며 ‘그의 열정과 헌신이 대단하다’라는 모호한 이유를 내놨다. 뚜렷한 이력이 없던 슈틸리케 감독은 결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8경기에서 4승1무3패, 특히 원정 1무3패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다 사실상 경질됐다. 패배하면 본인이 아닌 선수 탓으로 돌리던 리더십은 늘 도마 위에 오르내렸다.

이번 16강 진출을 맞아 지난 4년을 총 정리한 백서(白書)가 부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대한축구협회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마치고 코치진, 선수, 대표팀 관계자 등을 전부 인터뷰해 326쪽 분량의 백서를 내놨다. 여기서 나온 개선 필요 사항을 대표팀 운영의 밑거름으로 삼았었는데,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마치고는 명맥이 끊겼다는 것이다. 벤투 감독은 지난 4년 동안의 훈련, 경기, 발탁 선수 등을 전부 촘촘히 기록해놨다고 한다. 이 좋은 데이터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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