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돌아보기] 학생, 학령기 국민으로 정의하길
교육기본법에 새로운 정의 조항을 만들어 학생을 ‘학령기 국민’으로 정의하길 소망한다. 상식적으로 학생은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을 말한다.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학교 밖 청소년의 비극은 여기서 시작한다.
학교 밖 청소년은 학교를 진학하지 않은 대안학교나 홈스쿨의 청소년과 학교를 다니다 학업을 중단한 청소년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교육부와 시·도교육감이 관리하고 교육예산을 사용하는 반면 학교 밖 청소년은 여성가족부가 담당하고 지자체가 관리하며 교육예산이 아닌 지자체 예산이나 여성가족부의 예산을 사용한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예산이 부족하다.
통계 비교가 가능한 2019년을 기준으로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예산지원의 차이를 살펴보자. 교육부의 교육기본통계 자료에서 취학연령인구에서 학생수를 빼면 2019년 학교 밖 청소년의 약 20만명(학령기 국민의 3.7%)이다. 교육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보고한 2019년 1인당 공교육비는 약 1200만원이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의하면 2019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를 이용한 4만8250명의 1인당 공교육비는 64만원에 불과했다. 학교 밖 청소년은 학생들에 비해 19배 적은 예산을 지원받았다. 2019년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에 등록되지 않은 약 15만명에 대한 예산 지원은 확인이 불가능하다. 15만명의 학령기 국민들에게 정부가 어떤 지원을 하고 있는지 공식적인 통계도 없다는 것은 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학교 밖 청소년 중에는 대안학교를 다니는 학생도 많지만 공식 통계는 없다. 올해 1월 국회에서는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대안교육기관의 등록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해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서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이 시행되고 대안교육기관이 시·도교육청에 등록하여 처음으로 ‘학교’라는 법률적 지위를 부여받게 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최근 서울시와 고양시의 경우 대안교육기관의 지원에 대해 시장과 교육감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는 교육청에 등록한 대안학교의 경우 교육청이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양시는 2021년 대안학교의 등록을 유도하기 위해 등록한 대안학교만 지원하겠다고 조례를 개정한 후 2022년에는 시장이 바뀐 뒤 편성된 예산의 집행을 정지시켰다. 경기도 교육청이 등록한 대안학교에 지급하기로 안착지원금을 핑계로 편성된 예산의 집행을 중지한 것이다. 고양시의 경우 시의 조례로는 등록한 대안학교만 지원하겠다고 하고 등록한 대안학교는 경기도 교육청의 일시적인 예산지원을 핑계로 지원을 중단하면서 고양시에 있는 모든 대안학교에 대해 지원을 중단했다. 이해할 수 없는 조치이다. 최근 고양시 대안학교 학부모들의 집단민원과 시의원들의 노력으로 예산의 절반만 지원하기로 했지만 내년 예산 지원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고양시가 지원 중단한 예산은 고작 2억원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안학교 하면 영어로 수업을 하는 고급 사립학교 같은 분위기를 떠올리겠지만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학교 시설을 소유한 대안학교는 40.7%에 그쳤고 대부분 월세나 전세인 건물에서 교육을 하고 있다. 대안학교 교사의 봉급 수준은 190만~245만원 정도이다.
학부모가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지금의 경쟁 중심의 학교교육 체제에 자녀교육을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하거나 학생이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할 것을 예상하거나 실제로 학교를 다니다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둔 경우이다.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2021학년도 초·중·고교 학생의 학업 중단율은 0.8%(4만2755명)로 전 학년도 0.6%(3만2027명) 대비 0.2%포인트(1만728명) 상승하였다.
다양한 이유로 학업을 중단하거나 취학을 중단한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이다. 학업을 중단한 학생에게 대안교육기관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안교육기관에 관한 법률’에 재정지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대안교육기관에 다니는 청소년도 학생으로 정의하고 국민으로서 적절한 교육재정을 지원해야 한다.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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