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코리안 에이지

강춘진 기자 2022. 12.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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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이를 물어보면 가끔 혼돈이 생긴다.

출생일부터 나이를 계산하는 '만 나이'에다 한국식 '세는 나이'가 혼용되는 탓이다.

중국은 1966년 시작된 문화대혁명 이후 사라졌으며, 일본은 이보다 앞서 1902년 법령으로 '만 나이'를 뿌리 내렸다.

한국도 1962년 민법을 개정해 '만 나이'를 기준으로 사용하도록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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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나이를 물어보면 가끔 혼돈이 생긴다. 출생일부터 나이를 계산하는 ‘만 나이’에다 한국식 ‘세는 나이’가 혼용되는 탓이다. 여기에다 병역 자원의 통일적 관리를 위해 생일이 아닌 연도를 기준으로 나이를 계산하는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에 적용되는 ‘연 나이’도 있다. 고무줄 나이라고 할 수 있다. ‘세는 나이’로 하자면 태어나자마자 한 살이 되고, 매년 1월 1일을 기점으로 한 살씩 더한다. 12월 31일 출생한 아기의 경우 하룻밤만 지나면 두 살로 훌쩍 나이를 먹는 셈이다. 옛사람이 설날에 떡국 먹으면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을 했던 연유다. 외국에서는 이를 ‘코리안 에이지(Korean Age)‘라고 부른다.


이런 나이 셈법은 중국에서 비롯됐다. 뱃속의 태아도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인간 존중 정신의 발로였다는 말도 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한자 문화권에는 0이라는 숫자가 없었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한 살로 시작했다는 게 가장 유력한 설이다. 일본 몽골 베트남 등 거의 모든 동아시아 국가가 사용했던 이 계산법은 한국을 제외하고 모든 나라에서 폐지된 상태다. 중국은 1966년 시작된 문화대혁명 이후 사라졌으며, 일본은 이보다 앞서 1902년 법령으로 ‘만 나이’를 뿌리 내렸다. 심지어 북한에서도 1980년대 이후 국제 기준을 따랐다고 한다.

한국도 1962년 민법을 개정해 ‘만 나이’를 기준으로 사용하도록 명시했다. 공문서나 법조문, 언론기사 등은 ‘만 나이’를 쓰고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관습적으로 ‘세는 나이’가 통용됐다. 젊어서는 때에 따라 두 살이나 더 많아지는 ‘사회적 나이’를 선호하다가 세월이 지나면 한 살이라도 더 어려지는 ‘법적 나이’를 고수하기 일쑤다. 우리만의 독특한 나이 셈법 문화다. 한국의 젊은세대는 ‘K-나이’라고 빗대곤 하는데, 왠지 ‘한국 전통 나이’ 문화를 살짝 비꼰 느낌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7일 ‘만 나이’ 사용을 명확히 규정한 민법과 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오늘과 내일로 예정된 본회의 통과가 확실하며, 개정안은 공포 6개월 뒤 시행된다. 나이 계산과 표시 방식의 차이 때문에 사회복지·의료 분야 행정서비스 제공 때 빚어졌던 혼선이나 사람 간 나이 다툼 등이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60년 만에 비로소 법적 나이와 사회적 나이가 통일되는 셈이다. 법적으로 ‘코리안 에이지’를 없애는 데 반감을 드러내는 국민은 미미한 수준이다. 전 세계 유일의 ‘한국 전통 나이’ 문화에서 생성된 숱한 이야깃거리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을 것이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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