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현장] 부울경 합동추진단 예산 삭감 논란을 보며

김현주 기자 2022. 12. 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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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울경 특별연합(메가시티)’ 합동추진단의 예산 삭감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부산시의회가 합동추진단의 내년도 예산 중 60%를 삭감하자 지역 시민단체가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이어졌다.

부산시의회는 시의 내년도 예산 계수조정 과정에서 합동추진단의 예산 4억8000만 원 중 2억8000만 원을 줄였다. 사무실 유지를 위한 운영비 일부만 살아남았고 부울경 광역사업을 위한 자문단 운영과 민관 합동 워크숍, 정책 토론회 등 사업비는 모두 깎였다. 시의회는 부울경 특별연합이 규약 폐지 절차를 밟고 있어 합동추진단이 해산 수순에 들어갔기에 사업비를 반영하지 않았다고 이유를 밝혔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 부울경 특별연합이 무산된 만큼 합동추진단의 사업비를 줄이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하지만 속내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무산됐지만 3개 시·도 자치단체장이 대신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초광역’ 사업을 이어갈 끈은 남아 있다. 부산의 입장에선 어떻게든 이 끈을 유지하기 위해 관련 조직이든 예산이든 남겨둬야 하는 데 시의회가 먼저 예산을 삭감했으니 스스로 초광역권 협력의 의지를 꺾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부산경실련은 이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아직 부울경 특별연합이 해산되거나 부산시가 특별연합으로부터 탈퇴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시의회가 나서서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문제와 논란은 부산시가 일으키고 정리는 시의회가 하는 모양새가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또 “부산시의 특별연합 규약 폐지 추진은 절차상 하자가 있는데, 시의회가 이를 바로 잡을 생각은커녕 내년도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가 합동추진단을 경제동맹 사무국으로 전환하려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업비가 삭감돼 타격이 더 컸다. 시는 내년 7월까지 운영하기로 한 합동추진단이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 사업을 이어가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합동추진단을 승인해준 행정안전부와 사무국 전환에 관해 협의하고 있다. 행안부가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합동추진단이 사무국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합동추진단의 예산이 절반 이상 깎였으니 사무국으로 전환하더라도 당장 사업할 돈이 없어 활동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시는 부울경이 각각 15억 원씩 기금을 조성한 만큼 사업을 추진하는 데 무리가 없고 내년 추경을 통해 예산을 확보하면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시와 시의회의 엇박자에 정부가 어떤 눈길을 보낼지 의문이다.

합동추진단의 예산 삭감을 놓고 내·외부적으로 지적이 잇따르자 시의회는 사업비는 삭감하되, 사무실 운영비는 모두 반영하기로 했다. 시의회가 어떤 결론을 낼지는 두고 봐야 하지만, 부울경 특별연합을 주도했던 부산이 먼저 관련 예산을 삭감한 점은 뼈아픈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시 역시 시의회에 합동추진단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예산을 지키는 데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항하면서 지방을 살릴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자치단체장이 바뀌면서 좌초했고, 대신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을 통해 3개 시·도가 힘을 모으는 것으로 방향을 잡으며 초광역 협력의 불씨를 살렸다. 하지만 경제와 사화를 묶는 공동체로 접근한 부울경 특별연합과 달리 경제동맹은 아직 개념이 모호하고 역할도 명확지 않아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동맹이 효과를 내려면 자치단체장의 의지와 실무진의 적극적인 실행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직 경제동맹이 갈 길은 멀어 보인다. 부울경의 초광역 협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합동추진단의 예산 삭감 사태에서 드러나듯 같은 지역 내에서도 인식 차가 크고, 자치단체장들의 계산도 각각 다른 듯 하다. 지방 소멸의 위기가 현실이 된 지금 어떻게든 지역이 살길을 찾는 것이 자치단체장의 역할이자 의무임을 잊지 않길 바란다.

김현주 메가시티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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