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부동산 경기, 둔촌주공 계약률에 달렸다

신수지 기자 2022. 12. 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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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순위 청약 3.7대1 그쳐 ‘시장 술렁’

국내 최대 재건축 아파트인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이 지난 6일 1순위(서울 2년 이상 거주자) 청약에서 기대 이하의 흥행(평균 경쟁률 3.7대1)을 거두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엔 가장 많은 청약 신청(1만3647건)이 접수됐지만, 공급 물량이 3695가구나 되면서 경쟁률은 애초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청약 당첨자 발표 이후 계약률에 집중되고 있다. 청약에 당첨되고도 계약을 포기하는 수요자가 많을 경우 내년에 서울과 수도권에 분양을 준비 중인 사업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주택 경기가 더욱 가라앉아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건설업계의 자금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7일 오전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옛 둔촌주공) 공사 현장 모습. 국내 최대 재건축 아파트인 올림픽파크 포레온이 지난 6일 1순위 청약에서 기대 이하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뉴시스

◇‘청약 경쟁률’보다 ‘계약률’이 관건

전용면적 29~84㎡ 총 16개 주택형에서 일반분양을 진행한 둔촌주공은 1순위 청약에서 미달은 없었지만, 공급 가구의 5배수에 달하는 예비 입주자까지 채운 주택형은 5개에 그쳤다. 수도권 거주자 청약과 2순위 청약 일정도 있어 예비 입주자까지 마감하기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다음 달 진행하는 당첨자 계약 때 계약률이 저조하면 흔히 ‘줍줍’이라고 부르는 무순위 청약이 진행될 수도 있다.

1순위 청약 경쟁률만 보면, 둔촌주공에서 미계약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청약 경쟁률이 시장의 기대보다 낮으면 계약 여부를 고민하는 당첨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최근 집값 하락세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계약을 망설이게 한다. 지난 9월 경기도 의왕시에서 분양한 2600여 가구 대단지 아파트는 평균 경쟁률 5.6대1을 기록하고도 일반분양 물량의 절반이 넘는 508가구가 미계약돼 대규모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둔촌주공의 입지가 좋은 데다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강점이 있어 ‘최악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앞으로 서울에서 둔촌주공 정도의 입지와 규모로 공급될 수 있는 대체 단지가 없어 당첨자들이 쉽게 계약을 포기하지 않으리라 본다”며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하면 향후 10년간 재당첨이 불가능한 것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도 “일부 소형 평수나 저층 단지에서 미계약 물량이 나올 수는 있으나 서울 진입을 원하는 대기 수요를 고려하면 단기간에 소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분양 땐 건설업계 자금난 장기화 우려

둔촌주공 청약·계약 결과는 올 연말부터 내년까지 서울과 수도권 주택 경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달에만 수도권 8곳에서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 1만여 가구가 일반에 공급된다. 서울 핵심 입지인 둔촌주공이 흥행에 실패하면 시장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돼 청약 수요가 대폭 감소할 수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둔촌주공에서 미분양 물량이 나오면 내년 수도권에 공급되는 아파트 30% 이상이 미분양으로 남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 주택 매수 수요가 실종한 상황에서 아파트 청약 시장마저 극도의 불황을 맞으면, 건설업계가 ‘도미노 자금난’에 빠질 위험도 있다. 신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 막히고 기존 PF 대출 차환이나 만기 연장도 어려운 상황이라 일반분양 계약자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아 사업비를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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