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MZ세대 디자이너에 伊 명품 브랜드도 반했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패션 교육 기관 ‘에스모드 서울’ 졸업 작품 발표회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올해 초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돌체앤가바나에서 “전 세계 문화를 끌어가는 한국의 MZ세대를 만나 그들의 생각과 패션 해석 역량을 확인하고 싶다”면서 에스모드 서울 학생들에게 작품 제작을 의뢰했고, 이날은 그 발표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에스모드 서울의 올해 졸업반 19명 학생들이 한국적 창의성과 트렌드를 보여주는 대표 선수로 나섰다. 학생들은 지난 3월부터 자신들의 방식으로 브랜드를 재해석한 ‘돌체앤가바나 포 에스모드 서울’ 프로젝트 의상을 준비했고, 이탈리아 본사 직원들이 서울로 날아와 이날 발표회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학생들은 한국 전통 공예품이나 빈티지 의상의 디자인과 서구적 감수성을 결합시킨 작품을 대거 선보였다.
남성복 분야에서 우승한 최성우(24) 학생은 한국적 감수성을 패션에 결합시켜 큰 주목을 받았다. 돌체앤가바나의 이니셜인 D와 G를 연결해 디자인한 가죽 조끼에 나비 문양 등의 전통 자개장 경첩을 곳곳에 달아 동서양을 녹여냈다. 전라남도 나주 출신인 그는 “어릴 때 할머니가 쓰시던 소반, 자개 같은 데서 보는 한국적 디자인 감각이 제 유전자에 녹아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전통적인 선과 색을 우리 젊은 세대는 매우 ‘힙’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면서 “서양에서 보지 못한 동양적이면서 복고적 감각에 해외 패션계가 박수를 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복 분야에서 우승한 이세영(22) 학생은 “직접 제작한 레이스에 진주, 구슬 같은 것을 모두 손으로 붙여 오랜 수고를 들인 점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날 전시회에서 원단을 3D(차원) 프린터로 출력해 입체감 있는 무늬의 옷을 만든 졸업반 김명우(24) 학생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를 보면서 현실감이 팽배해 마치 스크린에서 인물들이 튀어나올 듯한 생생함을 의상에 적용하고 싶었다”며 “3D 프린터 업체에서도 해본 적이 없는 작업이라며 우려했지만, 전 해낼 거란 자신이 있었다”고 작품 배경을 설명했다. 합성 피혁에 친환경 염색 기법을 적용해 고급 천연 가죽 같은 효과를 낸 엄창용(25) 학생의 경우 메타 버스에서도 구현되는 디지털 패션을 동시에 선보여 호평받았다. 학생들은 “요즘 우리 세대 사이에선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단어가 유행”이라며 “한국 MZ세대의 정신력이 옷으로 표현된 셈”이라고 말했다.
돌체앤가바나 측은 “한국적 감각으로 디자인을 차별화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고 보는 불굴의 정신이 남달라 한국의 젊은이들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날 선발된 최종 우승자들에겐 돌체앤가바나의 이탈리아 밀라노 본사에서 6개월간 유급 인턴으로 근무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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