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2023년 경제 위기, 20년 후의 미래

2022. 12. 8. 00: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

한국 경제는 폭풍우 가운데 항해하는 배와 같다. 당장 위험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다. 배가 어디로 가는지도 불확실하다.

많은 전문 기관과 국제기구는 2023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올해보다 낮은 2%대로 예상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오래 지속되고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면 성장률이 1% 내외로 낮아질 수 있다. 세계가 심한 불황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가 코로나 봉쇄와 부동산 위기로 급격히 하강하면 세계 경제가 더욱 추락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계속 인상하면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신흥국은 재정·금융 위기를 겪을 것이다. 복합위기가 오면 한국 경제가 불경기를 헤어 나오기 힘들다. 한국은행은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1.7%로 예측하지만, 더 낮아질 수 있다.

「 내년 세계경제 전망 갈수록 악화
악재 겹치면 2%대 성장 장담 못해
한국은 저성장·양극화 우려 높아져
장기성장 위한 구조개혁 서둘러야

내년에 복합위기가 와도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2020년 팬데믹 때처럼 심한 불황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 경제 성장률은 2009년에 -0.1%, 2020년에 -3.0%였다. 당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각각 0.8%, -0.7%였다. 오히려 내년 경제가 예상보다 좋을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연준의 긴축 중단, 중국의 경기 활성화 조치로 세계 경제 회복이 빨라질 수 있다.

내년에는 정부·기업·가계 모두 닥쳐올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는 대내외 위험관리에 힘쓰고 내수 회복과 수출을 지원하여 안정적인 성장을 도우면서 취약 계층을 지원해야 한다. 기업은 고물가·고금리·고환율과 경기 침체에 대비하여 유동성을 확보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가계는 부채를 줄이고 위험 자산에 대한 과도한 투자는 삼가야 한다.

2023년에 올 위험을 넘어 그 이후까지 대비해야 한다. 어차피 경제는 불황과 호황을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세계 경제를 바꾸고 있던 큰 물결에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인공지능, 로봇, 생명공학의 신기술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었다.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탈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탄소 감축의 중요성이 커졌다. 개인의 소비와 노동 행태가 변화하고 있다. 정부 재정의 효과적 운용과 중기건전성이 중요해졌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되고 있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근본적인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핵심 기술 개발, 신산업 육성, 인재 양성은 미흡하고 강대국 간의 갈등과 국제질서의 변화로 경제안보가 불안하다. 저성장·양극화가 계속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현재 17%에서 2040년에는 36%로 늘어난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생산성 향상은 정체되어 성장잠재력이 하락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40년이 되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0.2%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소득과 부의 분배는 불평등하고 산업·기업·지역 간 불균형은 커지고 있다. 국가부채는 계속 늘어 2040년에 GDP의 100%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 경제는 당장의 위기를 넘어서고 앞으로 20년을 안정적인 성장 경로로 항해하는 데 필요한 구조개혁이 미흡하다. 올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규제 완화와 노동·연금·교육·공공 개혁을 공약했지만 여소야대 국회, 이해 집단의 반발, 추진력 부족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월에 한국경제학회·한국경영학회·한국정치학회·한국사회학회 등 4대 학회의 공동여론조사에서 학자의 65%와 기업인의 79%가 한국이 경제 분야에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또한 학자의 55%와 기업인의 68%는 현 정부에서 경제 규제가 그대로이거나 더 나빠졌다고 답했다.

지난 주말에 열린 ‘2022년 한일 경제포럼’에서는 ‘저성장 시대 한일 경제의 대응’을 주제로 한국과 일본의 학자들이 모였다. 일본 학자들은 한국이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생산성은 하락하며 재정 건전성은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퓰리즘으로 임시방편 선심 정책을 반복하고, 고통이 수반된 구조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미래가 불안해진다고 언급했다. 일본이 1990년대와 2000년대에 겪었던 장기 침체를 한국도 겪을 수 있다. 일본은 지난 30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0.8%였다. 한국은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일본의 전철을 따라가지 않아야 한다. 과도한 규제를 철폐하여 기업의 투자와 혁신 유인을 높이고, 노동시장 규제를 완화하고 노사관계를 안정시켜야 한다. 여성과 노령층의 경제활동 참가를 유도하고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며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 교육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신기술에 투자하고 유망한 신산업을 지원하는 신성장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영화 〈쇼생크 탈출〉에는 ‘두려움은 당신을 죄수로 만들고, 희망은 당신을 자유롭게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당장 힘들어도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내년에는 모든 국민이 경제 위기를 잘 넘기고 정부의 개혁이 성과를 내서 한국 사회에 희망이 가득하기를 기대한다.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한국경제학회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