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병사와 초급 간부의 처우 역전, 부작용 크다

2022. 12. 8. 00: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일생 전 병무청장·(예)육군 중장

의무 복무 병사의 월급 200만원이 군 초급 간부 확보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향후 창끝 전투력의 핵심인 중·소위, 중·하사급 간부를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의무 복무자들이 삶의 주춧돌을 놓는 황금기에 상실한 기회 손실을 사명감과 명예심만으로 감내하라고 요구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

군 복무 가산점이 사라진 지 오래됐고 복무 기간의 경제적 손실, 직업 진출, 승진 및 호봉 승급 지연, 복학생들의 학업 공백과 장학금 혜택 불리 등을 본인이 모두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2015년에 발표된 한 논문(‘전문 병사 제도 도입에 따른 군 인력 체제 개편의 경제분석’)에 따르면 군 복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4년제 대졸자의 경우 1억1300만원으로 나타났다. 병사들의 월급 200만원은 생애 손실 중 일부를 보전하는 것이며 사회 진출 준비, 복학 후 학업에 큰 도움이 되며 청년복지 정책의 일부로서 환영한다.

「 단기복무 간부들 장려금 인상해
소득역전 따른 부작용 줄여줘야

장병 부모님과 깜짝 화상통화하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건강보험, 군인연금 기여금, 급식, 거주, 피복비 등을 개인이 부담하고 있는 초급간부와 병사 간의 가처분 소득이 비슷하거나 역전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 현역은 물론 예비역 의무 복무 기간이 더 길고 책임이 무거운 이유 등으로 간부 대신 병으로 복무하겠다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길게 보면 폐쇄형 군 인사관리 속에서 소위가 군의 최고 사령관이 되기 때문에 국가 안보 전략과 작전을 구상하고 시행하는 미래 엘리트 고급 장교 확보에도 절대적 영향을 준다.

징집은 국가 우선의 독점적인 군 인력 공급체계다. 우리 군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병사들로 편성돼 있다. 하지만 초급간부는 본인이 선택하는 모집제여서 자유경쟁 속에서 적량과 적질의 인력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발생하게 됐다.

초급장교의 70%를 충원하는 학군장교(ROTC) 모집 경쟁률은 2015년 4.5대 1에서 올해 2.2대1로 급감했다. 학사장교는 미달 사태가 발생해 모집 인원이 감소했다. 필자의 경험상 간부 모집 시 최소한 3대 1 이상은 돼야 요망 수준의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 군 간부는 시험으로 평가하는 지적 능력 외에도 체력·건강·신체조건·인성·직업적성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한 분야의 수월성으로만 선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급간부의 급여를 대폭 인상하는 것은 일반 공무원과 경찰 등 동급의 다른 직종 공직자와의 균형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현재 600여만원인 단기복무 간부 장려금을 3000만원 이상으로 대폭 인상해 병사들과의 급여 역전 현상을 보전해야 한다. 의무복무 장교의 복무 기간은 2년으로 단축하고, 다음 계급 진출 실패로 조기 전역하는 장기복무자에게는 취업과 사회 적응을 지원해줘야 한다.

초급장교와 부사관의 장기 복무 선발률이 30% 정도다. 의무 복무 후 전역한 간부 중에서 실업자가 된 경우 이들에게는 고용보험을 적용해 실업급여 수급과 국가 차원의 재취업 지원 대상에 포함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병역 자원 숫자가 급감하는 추세에 맞춰 군 인력 충원 체계를 전반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장교와 부사관의 직책과 역할을 재조정하는 등 인력 획득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군수·행정 분야의 임무도 가칭 ‘국방 행정 지원청’ 또는 ‘국방 민간 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현역 숫자를 줄이는 대신 그 분야에서 전역한 단기복무 간부에게 취업 기회를 열어 주어 평시는 물론 전시에도 복무하게 하는 등 획기적 발상 전환을 해야 한다.

한반도는 세계 1, 2, 3, 5위의 군사 강국들에 둘러싸여 있다. 특히 핵으로 무장한 북한·중국·러시아의 북방 세력과 한·미·일의 남방 세력의 대립 구조 속에서 불안한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

국가 안보는 빈틈없이 항시 준비돼 있어야 한다. 전쟁과 전투는 쌍방의 의지 대결이다. 의지는 사명감과 사기를 통해 더 확고해진다. 사기는 우수한 지휘관, 그리고 훈련과 복지에 의해 고양된다. 병사들의 월급 인상과 함께 군 창끝 전투력의 주역인 초급간부의 처우 개선 및 제도 발전을 위한 관심과 조치가 시급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일생 전 병무청장·(예)육군 중장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