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멋적다’는 당신께
살다 보면 어색하고 쑥스러운 상황에 맞닥뜨릴 때가 있다. 이럴 때 가벼운 웃음을 지으면서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는 심리가 발동한다. 그렇다면 이를 나타낼 때 ‘멋적은 미소’ ‘멋쩍은 미소’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
‘멋적은 미소’라고 하기 쉽지만 ‘멋쩍은 미소’가 맞는 말이다. ‘멋쩍다’는 “그들을 다시 보기가 멋쩍었다” “자신의 행동이 멋쩍은지 뒷머리를 긁적이며 웃었다” 등처럼 사용된다.
‘멋쩍다’ 외에 ‘겸연쩍다’ ‘수상쩍다’ 등도 비슷하게 헷갈리는 경우다. 이처럼 ‘-적다’로 써야 할지, ‘-쩍다’로 써야 할지 헷갈리는 것은 ‘-쩍다’의 어원이 ‘-적다(少)’에서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를 구분하려면 어원의 의미, 즉 ‘적다(少)’에서 멀어졌는지를 보면 된다. ‘적다’는 의미가 유지되고 있다면 ‘-적다’를, 어원에서 멀어져 ‘적다’는 의미로 쓰이지 않고 있으면 ‘-쩍다’를 붙인다.
따라서 재미나 흥미가 거의 없어 싱겁다는 뜻을 가진 ‘맛적다’의 경우 발음은 [-쩍다]로 소리 나지만 ‘적다’는 의미가 포함됐기 때문에 ‘맛적다’로 써야 한다. 기력이 약해 힘차게 앞질러 나서는 기운이 없다는 의미의 ‘딴기적다’ 역시 같은 이유로 ‘-적다’가 붙는다.
이와 달리 ‘멋쩍다’ ‘겸연쩍다(쑥스럽거나 미안해 어색하다)’ ‘수상쩍다(수상스러운 데가 있다)’ ‘객쩍다(행동 등이 쓸데없고 싱겁다)’ ‘맥쩍다(심심하고 재미가 없다)’ 등은 ‘적다’는 어원의 의미에서 멀어졌으므로 ‘-쩍다’를 붙여 써야 바르다. 어원의 의미를 가지고 구분하기가 쉽지는 않으므로 철자를 외워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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