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64] 에우제비우가 잠든 곳

박진배 뉴욕 FIT 교수, 마이애미대학교 명예석좌교수 2022. 12. 8. 00: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월드컵 기간이면 역대 명승부나 과거의 스타들이 종종 회자되곤 한다. 우리와 조별리그 경기를 치렀던 포르투갈의 에우제비우도 그중 하나다. 그는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모잠비크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최초의 아프리카 출신 프로 축구 선수다. 탁월한 순발력과 유연한 움직임, 빠른 드리블로 ‘검은 표범’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브라질의 펠레, 독일의 베켄바워와 함께 1960년대를 풍미했다.

/박진배 제공 리스본 ‘내셔널 판테온(National Pantheon)’의 에우제비우 묘. 에우제비우는 그리스어로 ‘깊은 존경을 받는’의 뜻이다.

장년 축구팬들은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 북한과의 8강전 경기에서 4골을 기록했던 그의 활약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당시에는 영어식 발음인 ‘유세비오’라는 이름으로다. 역대 최고 축구 선수 중 하나로 손꼽히는 그는 언제나 겸손하고 친절한 모습, 바른 행동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오늘날 일부 선수가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비난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 축구에서 기술이 더 좋은 선수도 많고 기록도 계속 경신되고 있지만 그가 여전히 기억되는 이유다.

/박진배 제공 리스본의 ‘내셔널 판테온(National Pantheon)’. 에우제비우를 비롯하여 포르투갈 낭만주의 문학가 알메이다 가헤트(Almeida Garret), 그리고 파두(Fado)의 영원한 디바 아말리아 호드리게스(Amália Rodrigues) 등이 안치되어있다.

에우제비우는 병마와 투병했던 말년에 불편한 다리로 고생했다. 그라운드를 주름잡던 그의 과거를 생각할 때 몹시 서글픈 이미지였다. 하지만 그때 찍힌 그의 사진은 상체 사진이 전부다. 단 한 명의 사진기자도 에우제비우의 가늘고 약해진 다리를 촬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를 배려하고 존경하는 마음에서다.

포르투갈 축구영웅 에우제이우/Harry pot/위키미디어

오늘날까지 국민 영웅으로 추앙받는 그는 몇 명의 역대 대통령, 포르투갈 낭만주의 문학의 대가 알메이다 가헤트(Almeida Garrett), 그리고 파두(Fado)의 영원한 디바 아말리아 호드리게스(Amália Rodrigues) 등과 함께 리스본의 ‘내셔널 판테온(National Pantheon)’에 안치되어 있다.

/박진배 제공 에우제비우 와인. 그의 축구 스타일만큼이나 힘차고, 깊고 여운이 길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 에보라(Evora)의 선술집에서 에우제비우 라벨의 적포도주를 마셨다. 그의 축구 스타일만큼이나 힘차고, 깊고 여운이 길었다. 에우제비우는 그리스어로 ‘깊은 존경을 받는’이라는 뜻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