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다음날 대통령 주재 회의서 “압사 단어 빼고 사고로 써라” 지시 의혹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튿날인 지난 10월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이태원 압사 사건’에서 ‘압사’라는 단어를 빼고 ‘이태원 사고’로 칭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보건복지부, 중앙응급의료센터 소속 관계자가 나눈 모바일 메신저 대화를 근거로 이같이 주장했다.
신 의원실이 확보한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을 보면 박향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사상자 현황을 보고한 중앙응급의료센터 관계자에게 “오늘 대통령 주재 회의 결과 이태원 압사 사건을 ‘압사’ 제외하시고 이태원 사고로 요청드려요”라고 보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관계자가 “이태원 사고로 변경하겠습니다”라고 하자, 박 정책관은 “감사해요”라고 답했다.
신 의원은 정부가 책임 있는 대응을 하기보다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사고의 진상을 밝히고 수습하기보다 10·29 참사의 본질을 왜곡하고 사실을 축소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는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에 대한 패륜적 ‘마약 부검’ 제안에 이어 ‘압사 삭제’ 지시로 윤석열 정권이 참사 수습보다는 책임 회피에 급급했음이 드러났다”며 “압사임이 명백한데 압사를 빼라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참사의 다른 원인을 찾고 싶었던 것인가”라고 밝혔다. 이 원내대변인은 “제대로 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는 정확히 누구에 의해 압사 삭제 지시가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박 정책관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현수엽 복지부 대변인은 “이 건과 관련해 대변인실에서 별도로 내놓을 답변은 없다”고 말했다.
탁지영·김태훈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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