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평준의 함정
인류 발전 이끌어 온 것은 분산
과학기술 본질은 ‘다름·새로움’
평준화의 객체가 돼선 안 돼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연구방법론을 가르칠 때 처음 소개하는 개념이 평균과 분산이다. 이는 전제 집단의 특징을 알 수 있게 도와주는 일종의 기본 지표인데, 평균은 전체 값들의 중간 정도 되는 양을 나타내는 대표 값이며, 분산은 개별 값들이 평균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정도를 대략적으로 나타내는 값이다. 그래서 이 두 대표 값을 알 수 있으면 대략 값들이 어디에 모여 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 평균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제너나 잡스 같은 사람은 평균에 속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평균에서 멀리 떨어진, 즉 높은 분산 값을 가지는 집단의 이상치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미국이 기술 패권국가로 인정받는 이유는 이상치에 속하는 사람들의 도전 정신을 높게 사는 ‘프런티어 정신’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이런 이상치들의 역할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게 평가되는 노벨상은 단순히 유명한 과학자에게 주는 상이 아니다. 인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과학적 발견을 세계 최초로 한 과학자에게 주는 상이며, 유명한 학술지 ‘네이처’도 새로운 발견을 한 연구를 소개하는 ‘발견 학술지’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같은 것을 같게, 다른 것을 다르게 대우하는 것이 평등”이라고 말했다. 평등과 평균, 평준이 비슷한 개념인 것 같지만, 평등을 평준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평균에 맞추는 평준이 얼핏 보면 올바르게 보일지 몰라도 “개인의 다름”을 고려하지 못한 접근이며 하향 평준화의 덫에 걸릴 수 있는 잘못된 선택이 될 수 있다. 물론 때로는 정치적 이유로, 현실적 이유로 평균에 맞추는 평준화를 추구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프런티어 정신을 통해 전체적인 평균 값을 높일 수 있는 발전 지향적 정책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수월성과 새로운 혁신을 시도하는 과학기술 분야는 더욱 그러하다. 평준이라고 하는 강제적인 평균화가 아닌 다양성과 수월성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다. 많은 개도국이 발전 계획을 수립하면서 한국의 과학기술정책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학기술의 사회적 중요성이 커지면서 과학기술정책이 과학기술자만의 전유물에서 벗어나고 있다. 투명한 예산 집행도 중요하고, 사회적 책무도 중요하며, 공정한 선정과 평가도 중요하다. 그러나, 과학기술정책의 본질은 다름과 새로움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과학기술이 평준화의 객체가 돼서는 안 된다.
안준모 고려대 교수 과학기술정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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