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걷자, 북중미까지…카타르 월드컵서 발견한 한국축구 두 보물

윤은용 기자 2022. 12. 7.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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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는 지난 6일 열린 브라질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1-4로 패하며 이번 대회 여정을 마무리했다. 아쉬움도 있었지만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은 결코 폄하받아서는 안 될 소중한 성과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향후 한국 축구를 이끌 두 명의 기대주가 화려한 쇼케이스를 펼쳤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수확이다.

빅리그가 주목한다, 조규성

올 시즌 K리그1 17골 ‘득점왕’
대표팀 원톱 경쟁 황의조 밀어내
가나전 멀티골로 ‘존재감 각인’
“유럽·남미 선수들과 부딪쳐 보니
가서 한 번 더 맞붙어보고 싶어”

조규성(24·전북)은 우루과이전에서 황의조(올림피아코스)에 이어 교체투입돼 월드컵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이후 조별리그 2경기와 16강전까지 3경기에서 전부 선발 출전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후 오랜 기간 대표팀 부동의 원톱이었던 황의조를 월드컵 본선에 들어가 주전 경쟁에서 이겼다는 것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조규성이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킨 것은 조별리그 2차전이었던 가나전이었다. 월드컵 첫 선발 출전이었던 이 경기에서 조규성은 0-2로 끌려가던 후반 13분과 16분 헤딩으로 2골을 몰아치며 단숨에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한국 선수가 월드컵 본선 한 경기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것은 역대 최초였다. 이후 포르투갈전과 브라질전에도 선발 출전한 그는 다부진 체격을 앞세워 상대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았다.

이번 시즌 K리그1에서 17골을 넣어 득점왕에 오르긴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조규성의 기량을 온전히 믿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외모가 더 돋보이는 선수라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조규성은 이번 월드컵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갖춰야 할 자질을 모두 뽐냈다. 향후 오랜 기간 대표팀의 전방을 책임질 대형 공격수의 탄생을 확실히 알렸다.

역시 큰 무대 체질, 이강인

지독했던 벤투 감독의 외면에도
라리가 활약으로 극적 엔트리 승선
‘조커’ 출전한 가나전, 1분 만에 도움
이후 2경기도 킥·돌파 능력 돋보여
“더 좋은 선수 되기 위해 노력할 것”

이강인(21·마요르카)에게도 이번 월드컵은 잊지 못할 대회가 됐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이강인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에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했다. 벤투 감독은 지난해 3월 한·일전 이후 이강인에게 비정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극적으로 최종 엔트리에 합류했음에도 그동안의 상황을 고려하면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예상을 깨고 이강인을 ‘조커’로 기용하면서 기대 이상으로 중용했다. 우루과이전에서 후반 29분 나상호(서울)와 교체투입돼 그라운드를 밟은 이강인은 자신의 장기인 패스와 킥을 이용해 체력이 떨어져 지쳐 있던 한국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리고 가나전에서는 후반 12분 교체투입돼 1분 만에 그림 같은 크로스로 조규성의 첫 번째 골을 어시스트했다. 포르투갈전에서는 선발로 나섰음에도 큰 활약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브라질전에서는 후반에 다시 교체로 들어가며 브라질 선수들을 상대로 돌파를 선보이는 등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였다.

현재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들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워 더 큰 발전이 기대된다.

브라질전이 끝난 후 조규성은 “유럽, 남미 선수들과 부딪쳐 보니 가서 더 성장하고 싶고 한 번 더 맞붙어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 것 같다. (월드컵을 치르면서) 큰 벽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이제는 어디에 가도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강인 역시 “날마다 발전하는 선수,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다. 카타르 월드컵이 낳은 한국 축구의 두 유산은 더 큰 미래를 꿈꾸고 있다.

도하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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