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깊어졌다, 최빈국 빚 수렁

박은하 기자 2022. 12. 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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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외채 상환액 1년 새 35%↑
이자 눈덩이…재정 파탄

전 세계를 덮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여파로 세계 최빈국들의 대외 채무상환액이 2022년 1년 사이 3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세계은행은 6일(현지시간) 발표한 국제부채보고서에서 세계 최빈국에 해당하는 국제개발협회(IDA) 회원국이 올해 갚아야 하는 장기공채 및 공적 보증 외채 원금과 이자가 총 620억달러(약 81조7000억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IDA 회원국의 대외 채무상환액은 지난해 말 기준 462억달러(60조9000억원)였는데 1년 사이 35% 증가했다. IDA 회원국은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940달러(124만원) 이하인 75개 국가들로 대다수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대륙에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IDA 회원국의 대외 채무는 지난 10년 동안 3배 가까이 증가했다. 부채의 양뿐만 아니라 질도 나빠졌다. IDA 회원국 부채 가운데 민간 채권자에 진 빚의 비중은 2010년 46%에서 지난해 61%로 10년 사이 15%포인트 증가했다. 한국 등 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구성된 22개 채권국 모임인 ‘파리 클럽’ 외 국가에 진 채무도 크게 늘었다.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튀르키예 등이 주 채권국이다. 가장 큰손은 중국으로 지난해 말 기준 IDA 회원국 양자대출 총액의 49%, 채무상환액의 66%를 차지했다.

민간에 진 부채가 증가한 것은 최빈국들이 재정 상태가 악화돼 국제기구 등에 돈을 빌릴 수 없게 되자 민간 대출기관으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간 대출기관은 단기간 고금리 상환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스리랑카, 잠비아 등 일부 국가들은 코로나19 대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 연료비 상승을 겪으면서 재정 파탄에 내몰렸다. 여기에 2019년부터 시작된 달러 가치 상승과 선진국 금리 인상에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가령 잠비아의 대외 채무는 블랙록 등 민간기관 46%, 중국 22%, 다국적기관 18%, 기타 정부 8%로 구성돼 있다. 잠비아의 GNI에서 대외 채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2%에서 지난해 125%로 폭증했다. 잠비아는 2020년 국가 부도를 선언하고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있다. IMF는 구제금융 대상국에 연료보조금 지급 중단 등 민생에 부담을 주는 조치를 포함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요구하고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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