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막다른 골목 ‘아포리아’

박선자 2022. 12. 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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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산] [앵커]

우리나라에서 지난 40여 년간 원전을 가동한 뒤 쌓인 사용후핵연료는 2만 톤이 넘습니다.

사용후핵연료는 10만 년이 지나야 독성의 방사성 물질이 사라지는데요.

원전마다 사용후핵연료는 가득 차고 있지만, 갈 곳 없는 막다른 골목, 이른바 '아포리아' 상태에 놓였습니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우리의 실태, 박선자 기자가 짚었습니다.

[리포트]

현재 국내 가동 원전은 모두 24기.

우리나라 전력의 30%를 공급합니다.

문제는 원전 가동과 함께 발생하는 핵폐기물, 사용후핵연료입니다.

사용후핵연료는 플루토늄과 세슘 등 방사성 물질로 구성돼 있는데 독성이 사라지는 데 10만 년이 걸립니다.

국내 원전 내 수조에 이 사용후핵연료가 70% 이상 차 있습니다.

고리나 한빛본부 원전은 포화직전 상태입니다.

특히 수조에 계속 둘 수도 없습니다.

[윤종일/카이스트 원자력및양자공학과 교수 : "재료의 열화라든지 부식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수백 년 수천 년 관리해야 되는 인력도 필요하고 운영에 따른 비용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되거든요."]

수조에서 꺼낸 사용후핵연료를 용기에 담아 건식으로 보관하는 시설, '맥스터'.

총 14기가 있지만 50년 이상 가동이 불가능합니다.

결국 영구처분장 건설만이 해법입니다.

[강정민/전 원자력안전위원장 : "전용 용기에 담아서 지하 깊은 곳 500미터 이하의 심층 처분을 하게 되면 그게 가장 안전하게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하는 방안이 되겠습니다."]

정부의 영구처분장 터 확보 시도는 모두 9차례.

하지만 '6공 이후 최대 민란'이라고 불릴 정도로 주민 반발이 거셌던 안면도 사태와 유혈충돌까지 벌어진 부안사태를 겪는 등 모두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박태순/한국공론포럼 대표 : "특히 주민의 삶과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국민과 함께 이 문제를 결정한다라고 하는 소위 말하는 참여민주주의 정도의 인식도 없었던 거예요."]

2008년,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이 제정된 뒤 박근혜, 문재인 정부가 각각 사용후핵연료 공론화를 진행했지만 영구처분장 땅은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정정화/전 사용후핵연료 재검토위원장 : "우리는 신뢰를 잃어버렸습니다. 보수 정부든 진보 정부든 원칙과 정도를 걷지 않고 눈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민들을 속였습니다."]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원전 최대 가동국 미국, 탈핵 국가 독일도 해결하지 못한 세계 최대 난제 중 하나.

막다른 골목, 아포리아 앞에 더는 멈춰 서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KBS 뉴스 박선자입니다.

촬영기자:이한범
https://news.kbs.co.kr/special/danuri/2022/intro.html

박선자 기자 (psj3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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