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상 받은 에르노 “노벨상은 남성을 위한 제도다”

이영관 기자 2022. 12. 7. 21:4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벨상은 남성을 위한 제도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82)가 6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말했다. 오는 10일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곳에서 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로이터 뉴스1

이날 에르노는 “노벨상은 전통을 향한 열망이 드러난 결과”라며 “전통을 따르는 것은 더 남성적이고, 남성들 사이에서 권력을 전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에르노는 여성으로 17번째, 프랑스 국적 여성으로 첫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노벨문학상은 1901년부터 올해까지 119명의 수상자를 배출해 왔다. 또, 그는 “지금까지 남성들이 말하기를 거의 독점해왔지만, 나는 여성들이 말할 때 남성들보다 더 실용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편, 에르노는 이날 양성평등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냈다. 그는 “지난 한 세기 동안 많은 프랑스 남성이 노벨문학상을 받았지만, 여성으로는 내가 처음 받았다”라며 “노벨상을 받는 여성에 대한 불신도 존재하지만, 글을 쓰는 여성에 대한 불신도 존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까지 프랑스 국적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16명이다. 그는 남성의 태도 변화를 강조했다. “남성들이 자신의 몸, 삶의 방식 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면 진정한 여성의 자유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에르노는 자신의 상을 “인종차별을 비롯해 불평등으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과,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졌다”고도 말했다.

에르노는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 삼은 작품으로 사회적 불평등을 폭로해 온 작가다. 스웨덴 한림원이 지난 10월 그에게 노벨상을 수여한 이유 역시 “개인적 기억의 근원과 소외, 집단적 구속의 덮개를 벗긴 용기와 해부학적인 예리함”이었다. 그는 노벨상 수상 이후에도 프랑스 정부에 물가와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요구하는 시위에 공개적으로 참여하는 등 사회문제에 적극적인 메시지를 내 왔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