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관저 진입로, 용산구 민원용 예산으로 보수…경호처 "예산 부족해서"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집무실과 관저의 이른바 '이사 비용' 문제가 시끄러웠죠. 그런데 저희 JTBC가 취재를 해보니 한남동 관저 진입로 보수 공사비를 용산구 예산으로 쓴 걸로 확인됐습니다. 어차피 같은 세금이긴 하지만 그러니까, 용산구 주민을 위해 쓸 돈이 관저 진입로 공사비에 쓰인 겁니다. 주민은 마음대로 못들어가는 길이었습니다.
김필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필준 기자]
용산구가 올해 하반기 도로 정비에 쓴 예산은 총 4억 2천만원입니다.
한 건당 평균 1500만 원 꼴인데, 상대적으로 액수가 큰 공사가 두 건 있습니다.
각각 1억 2000만 원, 6000만 원입니다.
공사를 한 곳이 어딘지 확인해보니 모두 새 대통령 관저 인근입니다.
국방부와 대통령비서실이 소유한 국가 땅입니다.
취재진이 직접 가봤지만 접근조차 어려웠습니다.
[대통령경호처 관계자 : {아예 들어가는 게 안 돼요?} 네네네. {일반 시민들이 들어가는 건?} 안 돼요, 안 되죠. 전혀 안 되죠.]
대통령 관저로 바뀌기 전부터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의 관저가 모여 있어 입구부터 시민의 출입이 통제된 곳으로 국방부 관리 구역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용산구가 정비하거나, 예산을 사용한 일도 없었습니다.
특히 정비에 사용된 돈이 일반 시민들의 도로 민원 처리용 예산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용산구의회는 구청의 예산이 목적과 다르게 쓰였다며, 국방부 등을 상대로 고발도 검토 중입니다.
[백준석/용산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공문으로 찍어 내린 거죠. 어떻게 중앙정부에서 해야 할 일을 지자체에 이렇게 은근슬쩍 떠넘기는지…]
[앵커]
취재진은 그래서 구청 예산이 어떻게 대통령 관저 진입로 보수에 쓰였는지 추적해봤습니다. 관련 공문을 입수하고 구청 관계자도 만나봤는데요. 대통령실 경호처가 "이전을 갑자기 하게 돼 예산이 부족하다"며 구청에 요청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계속해서 김안수 기자입니다.
[김안수 기자]
용산구는 8월과 10월 대통령 관저 인근 도로를 두 차례 정비했는데, 모두 사전에 국방부의 협조 요청을 받았습니다.
용산구도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내부 문건을 만들었습니다
대통령 입주를 한 달여 앞둔 지난 10월엔 국방부의 공문 발송 하루만에 용산구청과 대통령실 경호처의 실무 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당시 구청 측은 용산구 예산이 쓰이는 것이 의아했다고 합니다.
[용산구청 관계자 : '경호처 예산으로 하셔야 되는 거 아니냐' 그랬더니 (경호처가) 이전을 갑자기 이렇게 하면서 그런 예산적인 부분이 좀 부족하다…]
회의에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나흘 뒤 1억 2000만원 규모의 도로 정비계획이 잡혔습니다.
[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시민도 이용할 수 없고, 용산구 소유의 땅도 아니면 용산구 돈으로 집행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해지는 거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경호처에 문의하자, 국방부에 문의하라며 즉답을 피했고,
국방부는 "인근 주민들은 사전에 협조를 구하면 이용이 가능한 지역이라 용산구 예산을 쓸 수 있다"고 답변해 왔습니다.
하지만 용산구청 공무원은 올해 공사가 이례적이었던 거라며, 앞으론 중앙부처에서 알아서 해야 할 거라고 했습니다.
[용산구청 관계자 : 내년부터는 저희가 해드리는 그런 거는 없을 거예요. 경호처에서 알아서 예산은 다 확보를 하실 거니까…]
(영상디자인 : 신하림·곽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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