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관저 진입로, 용산구 민원용 예산으로 보수…경호처 "예산 부족해서"

김필준 기자 2022. 12. 7.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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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와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집무실과 관저의 이른바 '이사 비용' 문제가 시끄러웠죠. 그런데 저희 JTBC가 취재를 해보니 한남동 관저 진입로 보수 공사비를 용산구 예산으로 쓴 걸로 확인됐습니다. 어차피 같은 세금이긴 하지만 그러니까, 용산구 주민을 위해 쓸 돈이 관저 진입로 공사비에 쓰인 겁니다. 주민은 마음대로 못들어가는 길이었습니다.

김필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필준 기자]

용산구가 올해 하반기 도로 정비에 쓴 예산은 총 4억 2천만원입니다.

한 건당 평균 1500만 원 꼴인데, 상대적으로 액수가 큰 공사가 두 건 있습니다.

각각 1억 2000만 원, 6000만 원입니다.

공사를 한 곳이 어딘지 확인해보니 모두 새 대통령 관저 인근입니다.

국방부와 대통령비서실이 소유한 국가 땅입니다.

취재진이 직접 가봤지만 접근조차 어려웠습니다.

[대통령경호처 관계자 : {아예 들어가는 게 안 돼요?} 네네네. {일반 시민들이 들어가는 건?} 안 돼요, 안 되죠. 전혀 안 되죠.]

대통령 관저로 바뀌기 전부터 외교안보 고위 관계자의 관저가 모여 있어 입구부터 시민의 출입이 통제된 곳으로 국방부 관리 구역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용산구가 정비하거나, 예산을 사용한 일도 없었습니다.

특히 정비에 사용된 돈이 일반 시민들의 도로 민원 처리용 예산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용산구의회는 구청의 예산이 목적과 다르게 쓰였다며, 국방부 등을 상대로 고발도 검토 중입니다.

[백준석/용산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공문으로 찍어 내린 거죠. 어떻게 중앙정부에서 해야 할 일을 지자체에 이렇게 은근슬쩍 떠넘기는지…]

[앵커]

취재진은 그래서 구청 예산이 어떻게 대통령 관저 진입로 보수에 쓰였는지 추적해봤습니다. 관련 공문을 입수하고 구청 관계자도 만나봤는데요. 대통령실 경호처가 "이전을 갑자기 하게 돼 예산이 부족하다"며 구청에 요청한 걸로 확인됐습니다.

계속해서 김안수 기자입니다.

[김안수 기자]

용산구는 8월과 10월 대통령 관저 인근 도로를 두 차례 정비했는데, 모두 사전에 국방부의 협조 요청을 받았습니다.

용산구도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내부 문건을 만들었습니다

대통령 입주를 한 달여 앞둔 지난 10월엔 국방부의 공문 발송 하루만에 용산구청과 대통령실 경호처의 실무 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당시 구청 측은 용산구 예산이 쓰이는 것이 의아했다고 합니다.

[용산구청 관계자 : '경호처 예산으로 하셔야 되는 거 아니냐' 그랬더니 (경호처가) 이전을 갑자기 이렇게 하면서 그런 예산적인 부분이 좀 부족하다…]

회의에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나흘 뒤 1억 2000만원 규모의 도로 정비계획이 잡혔습니다.

[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시민도 이용할 수 없고, 용산구 소유의 땅도 아니면 용산구 돈으로 집행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해지는 거죠.]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경호처에 문의하자, 국방부에 문의하라며 즉답을 피했고,

국방부는 "인근 주민들은 사전에 협조를 구하면 이용이 가능한 지역이라 용산구 예산을 쓸 수 있다"고 답변해 왔습니다.

하지만 용산구청 공무원은 올해 공사가 이례적이었던 거라며, 앞으론 중앙부처에서 알아서 해야 할 거라고 했습니다.

[용산구청 관계자 : 내년부터는 저희가 해드리는 그런 거는 없을 거예요. 경호처에서 알아서 예산은 다 확보를 하실 거니까…]

(영상디자인 : 신하림·곽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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