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실상 ‘위드 코로나’ 전환
대규모 시위·경제난에 출구전략
중국 방역당국이 코로나19 감염자의 자가격리를 허용하고 유전자증폭(PCR) 검사 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새로운 10가지 방역지침을 내놨다. 고강도 방역조치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후 완화된 방역지침이 마련된 것이다.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로 코로나’로부터의 점진적 출구전략에 나선 것이다.
중국 국무원 합동방역통제기구는 7일 ‘진일보된 코로나19 방역·통제 최적화에 관한 통지’를 통해 10개항의 방역 최적화 조치를 발표했다. 방역당국은 감염자 발생에 따른 고위험 지역은 아파트의 동과 층, 가구 단위로만 지정하고 이를 임의로 확대하거나 임시 봉쇄조치 등을 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봉쇄 지역에서 소방통로나 문을 봉쇄하는 행위도 금지했다. 5일 연속 추가 감염자가 없는 경우 즉시 봉쇄를 해제하고 고위험 지역이 아닌 곳에서 생산·영업 활동을 중단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앞으로 행정구역 단위의 주민 전수 PCR 검사도 실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로원이나 의료·보육시설, 학교 등 특별한 장소를 제외하고는 PCR 검사 음성증명서나 건강마(방역용 건강코드)를 검사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우에도 같은 조치를 적용하기로 했다. 사실상 강제적인 PCR 검사 의무가 없어지고 최소한 국내에서는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해진 셈이다.
방역당국은 또 감염자뿐 아니라 밀접 접촉자까지 격리시설에 강제 수용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무증상 감염자와 경증 환자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자가격리를 실시할 수 있게 했다. 감염자는 7일, 밀접 접촉자는 5일간의 자가격리를 원칙으로 한다.
이처럼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벗어나 ‘위드 코로나’로의 이행을 시작한 것은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큰 데다 경제 상황도 계속 악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봉쇄 정책에 반발하는 전국 단위의 ‘백지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방역 완화를 통해 불씨를 끄는 것이 필요하다. 게다가 중국 해관총서의 7일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11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7% 감소한 2960억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2월 이후 최대 감소다. 수요 창출 등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전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재한 회의에서 “적극적 재정정책과 온건한 통화정책을 계속 시행하며 코로나19 예방·통제 조치를 최적화해 고품질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안정을 위해 방역 정책을 계속 조정·완화해 나갈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완전한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오미크론 변이의 낮은 독성과 치사율 등을 들어 코로나19에 대한 전염병 관리 등급을 낮추자는 제안이 나오고 있지만 이날 발표에는 이 같은 조치가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 ‘5+3(5일 시설격리, 3일 자가격리)’으로 돼 있는 해외입국자 격리 규정도 그대로 유지된다. 아직 국경을 재개방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고령층의 백신 접종률 제고가 하나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국도 이날 방역 최적화 조치의 일환으로 고령자 백신 접종 가속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코로나19 대응 전문가팀을 이끄는 량완녠(梁萬年) 칭화대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언제 코로나19 이전의 생활을 회복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이미 그 시기에 접근했다”고 답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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