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인도도, 신호등도 없다…위험천만 '스쿨존'
지난 주말, 인도가 없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아홉 살 어린이가 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밀착카메라가 어린이 보호구역들을 더 둘러보니, 위험한 곳들은 또 있었습니다.
인도가 없고, 신호등이 없는 어린이 보호구역들을 이희령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얼마 전 교통사고가 발생한 초등학교 후문입니다.
어린이는 이쪽으로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여 숨졌습니다.
이곳이 어린이보호구역임을 나타낼 수 있도록 빨갛게 색깔도 칠해놨고요.
안내판도 설치해놨지만 그뿐이었습니다.
도로는 어떻게 돼있을까요. 가보겠습니다.
이만큼을 걸어와야 구분된 인도가 나옵니다.
다른쪽 방향은 어떨까요.
이쪽 도로는 경사가 져 있어 차가 빠르게 내려오면 더 위험한데요.
그런데 이곳 역시 인도가 없어서 길 한쪽으로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인근 주민 : 경사에다가 사방이 차가 엉켜 있는데, 꼬맹이들이 여기서 나오면 어떻게 되겠냐고. 일방통행 여기는 분명히 가야 해요.]
이번에는 서울 관악구에 있는 또 다른 초등학교로 와봤습니다.
정문을 나서면 어린이 보호구역이란 표시도 해놨고요.
이 횡단보도에는 신호등이 있어서 신호에 따라 길을 건너가면 됩니다.
문제는 다른 횡단보도입니다.
신호가 없어서 주변에 차가 오는지 살피고, 이렇게 무단횡단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신호가 없어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과 차가 뒤엉킵니다.
급히 차 사이로 달려가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정정만/태권도장 운영 : 여기는 이 하나(신호등) 가지고 전체 아이들이 다 생활하고 있거든요. 다른 쪽은 다 무단횡단을 하고 있어요. 동시 신호를 해주시면 좀 더 안전할 것 같아요.]
실제로 사고가 났다고도 합니다.
[서유건/초등학교 3학년 : 저기서 진짜 차에 치였어요. 작년에 (신호등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후다닥 뛰어가다가 사고 났어요.]
[남유주/초등학교 3학년 : 얘가 어깨뼈가 이렇게 다 부러져서 며칠 학교도 못 나오고. 등교할 때마다 가슴이 맨날 떨려요. 얘처럼 치일까 봐.]
교통사고가 나고서야 신호등이 생겼습니다.
관악구청은 "신호등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신호용 기둥을 세울 경우 보행자가 다닐 공간이 부족해져 설치할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는 전남 여수시의 한 초등학교로 와봤습니다.
위쪽 차도에서 이어지는 도로 모두 어린이보호구역인데요.
차는 이쪽으로 다니지만, 사람은 여기로 다니라고 주황색을 칠해뒀습니다.
줄자로 재어보면 60cm가 조금 넘습니다.
사람 한 명 정도 다닐 수 있는 폭인데요.
이 곳에 색칠은 되어있지만, 안전봉 같은 시설물이 설치돼 있지 않아서 차가 지나갈 때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차들이 좁은 길을 지나가고, 학생들은 도로 한 쪽으로 걸어갑니다.
[김한나/초등학교 5학년 : 차에 거울 있는 거 있잖아요. 거기에 팔 부딪힌 적 있어요.]
안전 문제 때문에 아이를 교문 바로 앞에서 내려주는 학부모도 있습니다.
[오병춘/여수시민협 녹색교통위원회 위원장 : 이 학교는 2022년도에 문제가 있다고 시청에 얘기를 했고요. (개선을) 한다고는 얘기를 하지만 실질적으로 하고 있지 않은 상태…]
[경가온/초등학교 5학년 : 울타리나 이런 걸 세운다거나, 아니면 조금 더 인도를 튀어나오게 한다든지 그러면 좋겠어요.]
어린이 보호구역에선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혀 나오지 않게 하겠다, 정부가 몇 년 전부터 세워왔던 목표지만 안타까운 사고는 또 반복됐습니다.
학교 앞만큼은 안전하게 만들겠다는 어른들의 약속, 이제는 지켜져야 할 겁니다.
(VJ : 김원섭 / 인턴기자 : 강석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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