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때 ‘고농도 산소’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이유는?

이은봉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 2022. 12. 7.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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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 이은봉의 의학연구 다이제스트]
/게티이미지 뱅크

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에는 콧줄을 통해 산소를 별도로 공급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때 상당수가 자꾸 산소 농도를 올리려고 한다. 산소가 많으면 아무래도 더 좋겠지 하는 생각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들이마신 산소는 헤모글로빈이 체내 모든 조직으로 운반하고, 거기서 화학반응을 일으켜서 세포 생명을 유지하는 데 쓰인다. 하지만 그 과정서 나오는 활성 산소는 되레 세포 독성을 야기하고, 노화를 일으킨다. 평상시에 우리는 농도 21%로 산소를 흡입하지만, 전신 마취 수술을 받을 때는 보통 고농도 산소를 투여한다. 어느 정도가 최적인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영국의학회지에 수술 중 투여하는 산소 농도와 수술 후 조직 손상 관계를 조사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는 2시간 이상 전신 마취 수술을 받은 평균 59세 미국인 환자 35만0647명을 대상으로 했다. 환자들은 수술 중 평균 54%의 산소를 투여받았다. 수술 후 급성 신장 손상은 6.5%, 심근 손상은 2.8%, 폐 손상은 4.4%에게서 발생했다. 산소 노출 정도가 상위 25%에 속한 환자들은 하위 25%에 속한 그룹보다 수술 후 조직 손상이 12~26% 더 컸다.

수술 중에 산소 농도가 높으면 수술 관련 감염을 줄일 수 있고, 조직 회복을 돕는다. 한편으로는 활성 산소가 과도하게 형성되어서, 세포 내 지질, 단백질을 손상하고, 심근이나 뇌 조직에서는 혈관 수축을 유발하여 조직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 대기압 상태에서 산소 농도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다. 낮은 농도가 생명을 위협하듯, 너무 높은 농도의 산소도 위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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