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착 빠진 이태원 참사 규명, 유족·시민사회 외침 들어야

기자 입력 2022. 12. 7.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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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40일이 흘렀다. 그러나 진상 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지지부진하다. 여야가 국회 국정조사 실시에 합의했지만, 선결과제인 예산안 처리가 미뤄지며 국정조사는 공전하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수사도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교착 상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은 사퇴 여론에도 아랑곳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와중에 행안부는 희생자 유가족의 단체 면담 요청은 거부하고, 일부 유족에 대한 선별 접촉을 시도해 논란이 되고 있다. 결국 시민사회와 유족들이 각각 연대체를 결성하고 목소리를 내기에 이르렀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174개 시민사회·종교·노동단체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 발족을 알렸다. 시민대책회의는 발족 선언문에서 “이태원 참사는 국가가 책임을 다하지 않아 발생한 참사”라며 국가 책임 인정 및 공식 사과, 참사 기억과 희생자 추모, 피해자 권리 중심의 지원 대책 마련, 성역 없는 진상·책임 규명, 안전한 사회를 위한 근본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전체 희생자의 절반이 넘는 89명의 유족이 모인 유가족협의회도 출범을 앞두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태원참사TF에 따르면,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협의회’(가칭)가 오는 10일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한다. 참사 이후 정부가 유족들의 만남을 적극 지원하지 않으면서, 유족들은 알음알음으로 물어물어 다른 유족들과 손을 잡았다고 한다. 슬프고 기막힌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참사 발생 49일째인 오는 16일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과 생존자들을 위로하는 시민 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시민 158명이 창졸간에 목숨을 잃은 참사 앞에서, 한국의 공적 영역은 ‘기능 부전’ 아니 사실상 ‘기능 마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와 국회는 정신 차리고 할 일을 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관저로 측근들을 불러들일 시간에 유족 요구부터 경청하기 바란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이상민 장관 경질이다. 국회는 하루빨리 국정조사를 제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 윗선은 빼놓고 중하위직만 잡겠다는 경찰 수사로는 진상 규명이 불가능함이 이미 드러난 터다.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않고서 한국 사회는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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