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굿바이 ‘마기꾼’
코로나19 방역조치 가운데 마지막 남은 ‘실내 마스크’를 드디어 벗게 될까. 정부가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내년 1월, 늦어도 3월에는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7일 밝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장소 불문하고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마스크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급격히 확산되는 바이러스에 맞설 인류의 유일한 방편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변이를 거듭한 바이러스의 중증화율·치명률이 낮아지고, 메신저RNA(mRNA) 신기술을 이용한 백신이 신속하게 도입되고 치료제도 개발되면서 ‘독감’ 수준의 엔데믹(풍토병)으로 변해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세계 인구의 90% 이상이 코로나19 면역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마스크의 한계효용이 사실상 다한 셈이다. 이에 정부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지난 5월 완화하고 9월 전면 해제한 데 이어 실내 마스크도 해제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이날 소식에 화장품주는 상승세를 보였다. 하관을 가려 실물보다 멋져 보이는 ‘마기꾼’(마스크+사기꾼)도, 손해 보는 ‘마해자’(마스크+피해자)도 다시 얼굴을 가꿀 것이란 기대감을 탔다.
그간 영·유아와 어린이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 상대방 입 모양이 마스크로 가려지고 말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으면서 언어능력과 사회성을 발달시키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청각장애나 언어장애가 있는 이들에게도 마스크는 의사소통 장벽이었다. 마스크 구입 비용에 따른 가계 부담도 크지만 환경오염 문제는 더 심각하다. 국내에서 일일 2000만개, 연간 약 73억개로 추산되는 일회용 마스크 쓰레기는 묻으면 썩는 데 450년 걸리고, 태우면 환경호르몬과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방역당국은 동절기 추가 백신 접종률 목표(60세 이상 50%)와 독감 추이 등을 토대로 구체적인 일정을 내놓는다고 한다. 독일과 이탈리아처럼 대중교통이나 의료기관 등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가 남을 가능성이 있다. 3년간 우리의 일상을 지켜온 마스크와 좋은 작별을 이룰 수 있도록 방역당국이 탄탄한 로드맵을 세우길 기대한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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