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홀린 독특한 ‘퓨트로(Futuro)’ 감성, 마리아 스바르보바 사진전 개막

도재기 기자 2022. 12. 7.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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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어제의 미래-마리아 스바르보바’ 전
작품성·대중성으로 국제적 주목받는 젊은 사진작가···유명 ‘수영장’ 시리즈 등 170여 작품 선보여
“지극한 시각적 아름다움, 공감의 시대정신도 돋보이는 사진” 평가
작품성과 대중성으로 세계적 주목을 받는 젊은 사진작가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대규모 개인전이 8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된다. 사진은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Boder II’. 컬처앤아이리더스 제공

국제적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는 젊은 사진작가 마리아 스바르보바(34)의 사진과 예술세계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사진전이 마침내 마련됐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8일 막을 올리는 ‘어제의 미래-마리아 스바르보바(Futuro Retro-Maria Svarbova)’전이다.

슬로바키아 출신의 스바르보바는 국제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해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대중적 인기도 누리고 있는 작가다. 10여년의 작품활동에 사진계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핫셀블라드 마스터스 예술 부문에서 우승하고(2018년), 저명한 국제사진공모전(IPA)에서 수상(2016년)하는 등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자랑한다. 그의 작품은 사진계는 물론 미술가·디자이너·패션계 활동가들에게 특별한 영감을 주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전 세계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으며 초대전 요청이 잇따르는 이유다. 국내에도 미술관 단체전, 갤러리 작품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일부 작품이 소개되면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View’. 컬처앤아이리더스 제공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작품 ‘Campaign NEHERA’. 컬처앤아이리더스 제공

‘어제의 미래-마리아 스바르보바’전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자랑하는 17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대표작이자 유명 시리즈인 ‘스위밍 풀(Swimming Pool·수영장)’을 비롯한 다양한 시리즈, 초기부터 최신작까지 총망라됐다. 스바르보바의 사진예술, 작품세계를 한자리에서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작가도 작품전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의 작품은 강렬한 시각적 아름다움 속에 팽팽한 긴장감이 서려있으며, 차가우면서 따뜻하고, 과거적이면서 미래적·초현실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독특한 색감 표현으로 유명한데 원색의 대비와 어우러짐, 특유의 아스라한 파스텔톤이 절묘해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공간과 인물의 구도, 조화 등도 주목할 만하다. 수평과 수직이 두드러지는 미니멀한 공간에 인물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무표정이다. 현대사회에서 무기력한 존재로서의 인간 소외, 자유에의 갈망을 은유하는 듯하다. 작가는 “아무리 아름다운 공간이라도 사람이 존재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공간도 마찬가지”라고 말해 사람과 공간의 조화를 중요시한다.

사실 작품 속 공간이나 소품은 대부분 냉전 당시 체코슬로바키아 공산주의체제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오히려 미래적이거나 아예 초현실적으로까지 느낀다. 오래된 과거 세계를 작가 특유의 현대적 감각·감성으로 재해석해 동시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이다. 그야말로 미래(Future)와 복고풍(Retro)이 융합돼 최근 세계적으로 새로운 트렌드 ‘퓨트로(Futro)’인 셈이다. 나아가 지역성을 보편적 세계성으로 승화시킨 ‘글로컬(glocal)’ 예술작품의 모범이다.

그의 작품은 사진으로서 관객을 매혹시키는 시각적 아름다움과 더불어 시대정신을 곳곳에 녹여내 대중적 호응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연과 인간의 공존·공생, 혐오와 배제를 넘은 문화 다양성, 보이지 않는 통제가 강화되는 현대사회의 구조적 문제, 인간 소외와 자유의 중요성, 개인과 사회에 대한 성찰 등이 갖가지 방식으로 표현됐다.

전시회는 모두 5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제1 섹션 ‘노스탤지어(Nostalgia)’는 ‘정육점’ ‘닥터’ 시리즈 등으로 이뤄져 지역 문화와 개인적 경험을 초월해 인류 보편적 향수를 자극한다. 제2 섹션 ‘퓨트로 레트로(Futuro Retro)’엔 복고풍 내용이지만 마치 다른 행성이나 미래의 모습인 것처럼 느껴지는 ‘더 게임’시리즈와 1950~1960년대 슬로바키아에서 유행한 기능주의 건축양식인 브루탈리즘 특징이 강한 공간에서 인물과 공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미래지향적 분위기가 짙은 ‘휴먼 스페이스’ 시리즈 등이 선보인다.

제3 섹션은 유명한 ‘더 스위밍 풀(수영장)’이다. 과거 공산주의 시절 지어진 슬로바키아 내 13개 수영장을 4년 동안 돌아다니며 작업한 것이다. 벽과 창문의 명확한 수평·수직의 선, 풍부한 자연광 속에서 작가는 특유의 색감 표현, 구도와 빛 등을 자신만의 미감으로 담아낸다. 특히 인물들 자세와 표정, 벽에 쓰인 ‘ZAKAZ SKAKAT’(다이빙 금지) 등을 통해 시각적 아름다움의 극대화 속에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수영장’ 시리즈의 하위 시리즈인 ‘걸파워’는 과거 집단 싱크로나이즈드 행위인 ‘스파르타키아다’의 재현을 통해 신체의 구성을 실험하며 여성들의 화합 등을 상징한다.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Enigma’(왼쪽)와 ‘Love’. 컬처앤아이리더스 제공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Hide’(왼쪽)와 ‘Windows’. 컬처앤아이리더스 제공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End of Ordained Hours’. 컬처앤아이리더스 제공

제 4섹션은 ‘커플(Couple)’로 젊은 남녀, 노부부를 통해 아름다운 사랑, 현대사회 도시인들의 교감과 소통의 단절 등을 드러낸다. 특히 남녀가 망원경으로 서로를 보는 장면은 더 잘 보기 위해 만든 망원경으로 오히려 서로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을 통해 단절과 고립을 은유하고 있다. 마지막 섹션은 로스트 인 더 밸리(Lost in the valley)’ 시리즈로 미국의 사막에서 한 작업이다. 인물과 메마른 사막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공간을 대비시켜 사색적·몽환적 분위기가 감돈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 탐색 속에 인간도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하고, 나아가 우리 모두의 내면 성찰을 기대하는 작품이다. 전시장에는 관객의 다양한 경험을 위한 포토존 등도 마련됐다. 전시는 내년 2월26일까지.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Mother and Daughter’. 컬처앤아이리더스 제공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Car’. 컬처앤아이리더스 제공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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