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한국판 아닌 한국형 인태전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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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가기 전 정부의 한국판 인도태평양전략이 발표된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인태전략 구상에서 대략 그 그림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그대로 인태전략이라 명명한다면 이번 정부 임기 내내 중국에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계속 설명해야 하는 불필요한 오해와 수고를 감내해야 할 것이다.
신남방지역으로 올인할 수밖에 없으며, 인태전략은 이번 정부의 시그니처 외교 이니셔티브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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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작명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전략'이란 단어는 군사적, 적대적 느낌을 준다. 일본도 처음에 사용했던 '자유롭고 열린 인태전략' 명칭에서 '전략'을 슬그머니 뺐다. 적어도 겉으로는 중립적으로 포장하는, 일본의 세밀하면서도 감각적 외교력이 돋보인다. 아세안도 '인태에 대한 아세안 관점'이란 객관적 명칭을 선택했다. 그럼에도 정부가 그대로 인태전략이라 명명한다면 이번 정부 임기 내내 중국에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계속 설명해야 하는 불필요한 오해와 수고를 감내해야 할 것이다.
예민한 표현 사용에 신중했으면 한다. '규칙 기반 국제질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는 미국식 언어이다. 중국식은 '유엔 헌장과 다자주의 규칙'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이다.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국제질서' '그 어떤 현상 변경 반대'가 우리의 언어일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그대로 인태전략을 추진하려 한다면, 말을 앞세우기보다는 조용히 행동하면 될 것이다.
인태전략의 특징을 분명히 했으면 한다. 아세안을 중시한 신남방정책에 이어 이번 정부도 인태전략을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발표할 정도로 아세안을 중시하고 있다. 단, 인태전략의 모습을 한 신남방정책에 머물러 있는 만큼 정부의 인태전략이 전 정부의 신남방정책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야 한다. 정책의 영속성은 바람직하나 발전적 확장성도 있어야 한다. 인태전략은 이름 그대로 인도양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창의적이었으면 한다. 지난 정부와 달리 이번 정부는 인태전략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한·러 관계, 남북 관계의 악화로 신북방정책을 추진할 수 없다. 신남방지역으로 올인할 수밖에 없으며, 인태전략은 이번 정부의 시그니처 외교 이니셔티브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전 정부들의 외교 중점지역이 한반도, 동북아, 동아시아, 아시아였다면 이번엔 인태지역이어야 한다. 중국봉쇄 동참 같은 짜여진 수세외교가 아니라, 차라리 이번 기회에 중견국 전략의 본격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외교 인프라와 제도적 장치를 인태전략에 잘 녹여내었으면 한다. 인도 중심의 남아시아 국가들, 태평양 도서국들, 아세안 국가들, 인태지역 미들파워 국가들에 특화된 맞춤형 외교를 선보여야 한다. 즉, 아세안 중심성이 강화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아세안과 함께 '인태지역에 대한 한·아세안 관점'을 발표한다. 인태지역의 주무대가 인도양인 만큼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한다. 한국·인도·호주·캐나다 등 인태지역 미들파워 연대를 만든다. 아세안과 인태 미들파워 그룹을 연계한다.
결국, 명분과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우리만의 대외전략이 필요하다. 인태전략은 한국판이 아닌 한국형 외교로의 도약 기회가 되어야 한다.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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