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라' 감독 "고통 전시하기 싫어...원작 작가 인정 뿌듯" [인터뷰 종합]

연휘선 2022. 12. 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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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고통을 전시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가 환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음식으로 따뜻하게 조명한다. 온정 넘치는 시선을 가진 카메라의 뒤에는 이호재 감독이 있었다.

지난 1일 첫 공개된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극본 및 연출 이호재, 약칭 '오매라')는 한 끼 식사가 소중해진 아내를 위해 서투르지만 정성 가득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는 남편과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이에 7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을 진두지휘한 이호재 감독을 만나봤다. 

이호재 감독은 먼저 "꽤 오래 전에 판권을 확보해서 영화화를 준비한 것으로 들었다. 그 때는 제가 감독을 맡기 전인데 잘 안 되면서 드라마로 하기로 결정하기로 듣고 하게 됐다"라며 작품에 참여한 비화를 밝혔다.

특히 그는 "제가 봐도 영화보다는 드라마가 적합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2시간짜리 이야기로 하면 흔히 '신파'라는 이야기로 갈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고 각 챕터마다 음식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면 조금 간접적이지만 세심하게 풀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물보다 각 화의 중심은 음식이고 음식이 대표하는 정서는 무엇이고 음식에 따라 인물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신경 썼던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작을 보면 다 음식 얘기이다.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것에 집중이 된다. 그림보다 이야기를 찾아내는 게 대본 작업에서 어려웠다. 한 에피소드마다 전반부에 요리를 소개하고 후반부에 요리를 소개하며 그 사이에 원작 이야기를 찾아 넣는 식으로 작업하는 게 쉽지 않았다"라고도 했다. 

이호재 감독은 "기본적으로 2시간짜리 이야기라고 한다면 제가 시나리오를 썼을 때 대략적으로 90쪽 이내에 시나리오를 쓴다. 그것보다 훨씬 더 대본 작업량이 많아서 그런 부분에서 작업량 때문에 촬영도 마찬가지이고 체력적인 부담을 가졌다. 드라마를 연출하는 데 있어서 저 스스로한테 계속해서 드라마를 찍는다기 보다 30분 짜리 단편 12개를 만든다고 생각했다. 연속성보다 에피소드마다 완결성을 신경 쓴 대본이기도 하다. 매 회 다음 회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매 회가 가진 완결성에 조금 더 집중을 해봤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국내 OTT 왓챠와 처음 작업했는데 매우 만족스러웠다"는 그는 "거의 크리에이티브적으로 터치를 안 하더라. 의견이 없는 것도 아니고 대본이나 편집 과정에서 의견이 있었지만 선택사항이었다. 제가 동의가 되면 고려하고 아니면 괜찮다는 정중한 방식의 소통을 해왔다. 굉장히 만족스럽게 작업을 했다"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호재 감독은 "이건 제 선택이다. 분명히 대한민국에 많은 분들이 '암'이라는 병을 앓고 있고 그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지 저도 간접적으로는 알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것들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리얼하게 보여드리는 게 잘하는 짓이냐 하는 고민이 있었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처음에 다룰 때 말이 안 되지만 슬픈 시트콤으로 콘셉트를 잡았다. 가급적 아픈 모습은 행간에 있고, 먹을 수 있는 날이 암환자에게 쉽지 않으니 그런 날 위주로 진행된다고 생각하고 고통의 전시를 배제하려고 했다. 반대로 이게 얼마나 힘든 병인데 가볍제 다루냐는 비판도 직면할 텐데 그것도 제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원작에서 울컥한 장면도 많은데 서문에 나온 돌아가신 아내분이 떠나기 전에 하신 말이 서문에 적혔는데 그게 인상깊었다. 그걸 어떻게든 대사로 녹이려 했다"라며 "이 작품은 책에 있는 정서를 고스란히 그림으로 옮길 수 있으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하면서 작업했다. 제가 가진 무언가를 넣는 것보다 이 텍스트를 이미지로 고스란히 옮기는 게 가능한지 포커스를 맞추고 작업했다. 이게 과연 어떤 톤 앤 매너를 갖고 있다는 생각에 안 좋은 점이 있다면 제 부족함이고 좋은 점은 원작에서 잘 가져온 것"이라고 겸손을 표했다. 

주식 이야기를 다룬 데뷔작 '작전', 로봇의 이야기를 다룬 '로봇, 소리'. 유독 작품마다 교집합 없는 결과물을 주고 있는 이호재 감독. 그의 필모그래피에 대해 이호재 감독은 "부끄럽다. 다 접근은 호기심이었다. 주식할 줄 모르는 사람으로서 주식하는 사람들의 세상이 궁금했다. SF에 대한 열망과 호기심도 있었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궁금증도 있어서 파면서 뭔가를 이야기를 만드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이번 작품은 특이하게 호기심으로 달려들었다기 보다 제 나이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이거 뭔지 알 것 같아'라는 마음으로 하려고 했다. 이번 작품은 저를 잘 찾아와준 작품이다"라며 웃었다. 

이에 그는 '오매라'와 같이 음식을 소재로 한 힐링 영화들에 대해 "다정히 남편이 한끼 식사를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성장시킨다는 것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아들과 함께 밥을 해먹도록. 요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먹는지도 중요한데 같이 먹는다는 걸 다시 한번 일깨워주지 않았나 싶더라"라고 평했다. 

나아가 이호재 감독은 이번 작품에 대해 "이른바 목청이 큰 드라마는 아니다. 조근조근 얘기하고 그래서 슴슴하다고 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작은 목소리가 사람을 집중하게 만들 때도 있다. 그러면서 디테일에 집중하면서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편한 마음으로 다음에 무슨 일이 있을지보다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지켜봐주시면 좋겠다. 슬픈 얘기 안에서도 따뜻함이 전달되는 이야기인데 편안하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원작 작가님을 예전에 영화 준비 했을 때 인터뷰 자료집으로 봤다. 촬영 끝날 때까지 작가님을 못 뵙고 부국제 때 처음 뵀다. 그때 궁금해서 넌지시 여쭤봤다. 뭔가를 드실 수 있는 날들이 골라져서 나온 게 아니냐고 여쭤봤는데 사실 못 먹고 토하시는 날이 훨씬 더 많았지만 굳이 담지 않으셨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이호재 감독은 끝으로 "제가 제일 안심하는 부분인데 원작 작가님께서 저희 드라마를 부국제에서 보시고 참 만족하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할 거고, 굳이 제가 조미료를 쳐서 누군가를 영웅시하거나 특별히 누군가를 가련하게 만들지 않아서 낯간지럽지 않으셔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오매라'는 한석규, 김서형이라는 감정의 진폭을 활용할 줄 아는 배우들을 두고 비교적 담담하게 슬플 수 있는 이야기를 때로는 희망차고 웃으며 볼 수 있게 풀어낸다. 고통을 전시하지 않는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의 배경엔 따뜻한 원작과 이를 온전히 이해한 이호재 감독이 있었다. 

/ monamie@osen.co.kr

[사진] 왓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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