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30~22:30 살인 배차에 “안전운전 하라” 황당한 교육

장현은 2022. 12. 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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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민주노총이고 파업이고 그런 것들 무서웠던 사람이에요. 기름만 나르던 사람이에요. 아직도 저는 정당한 파업이 뭔지도 몰라요. 다만 더 이상은 썩은 동태눈으로 20시간씩 일하고 싶지 않아서 모인거고, 그 얘기 좀 들어달라는 거에요."

7일 오전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GS(지에스)칼텍스 본사 앞에서 만난 정유 화물(탱크로리) 노동자 윤아무개(57)씨는 "더 이상 화주(정유사)가 뒷짐 지고 방치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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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화물연대 파업 14일째, 정유3사 앞 교섭 요구
탱크로리 기사들 노조 결성·파업 이른 사연
GS칼텍스 지회 김아무개(59)씨의 9월30일자 차량운행기록부. 오전 2시30분에 시작한 업무가 이날 밤 10시30분에 끝났다. 김씨 제공

“나도 민주노총이고 파업이고 그런 것들 무서웠던 사람이에요. 기름만 나르던 사람이에요. 아직도 저는 정당한 파업이 뭔지도 몰라요. 다만 더 이상은 썩은 동태눈으로 20시간씩 일하고 싶지 않아서 모인 거고, 그 얘기 좀 들어달라는 거예요.”

7일 오전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GS(지에스)칼텍스 본사 앞에서 만난 정유 화물(탱크로리) 노동자 윤아무개(57)씨는 “더 이상 화주(정유사)가 뒷짐 지고 방치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14일째로 접어든 이날 오전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K에너지 등 정유 3사 화물 노동자들이 각 정유사 본사 앞에 모여 현재 시멘트·컨테이너에 국한된 안전운임제 품목을 확대해달라고 요구하며, 화주가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탱크로리 차량 경력 25년차인 신아무개(55)씨는 “주유소가 아침 6시에 문을 여니까, 새벽 1∼2시에 출근해 두 탕 정도 업무를 끝낸 뒤 반강제적으로 오후 2시까지 대기해야 한다”며 “월말이나 주말 기름값이 싸지면 배차가 많아진다. 그럴 때는 차에서 쪽잠 자가면서 3∼4일을 반수면 상태로 20시간씩 일한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을 시작으로 정유 화물 노동자들은 지난 6월부터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시작했다. 7월 설립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인천지역본부 GS칼텍스지회의 경우 △월말 집중출하 방지 노력 △집중출하 시기 근무시간 12시간 이하 제한 △대기시간 최소화 및 대기료 지급 △1일 배차량의 최소 제한 등 업무 환경 개선을 담은 요구안을 들고 지난 8월부터 교섭을 제안했다. 회사는 이에 응하지 않다가 화물연대 총파업이 예고된 11월에서야 첫 면담에 나섰다.

이마저도 힘이 없는 운송사 직원들만 나와 표면적인 면담을 했고, 실질적인 협의 요구에 대해서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윤씨는 “작년에 정유사들은 최대 흑자가 났다고 하는데, 우리 수송비는 마이너스 2.5%였다. 근거도 없이 그냥 문자로 운임을 내린다, 올린다 지시하는 것”이라며 “근데 누가 우리한테 관심 가져줬나. 하고 싶은 얘기 할려고 모이다보니 이렇게 노조라는 걸 시작한 거지, 우리가 무슨 부귀영화를 바라서 여기서 이러고 있겠나”라고 말했다.

안전운임제가 정유 품목까지 확대되면 적정 운임, 안전 업무 환경의 단초가 마련된다. 15년차 경력의 전아무개(56)씨는 “회사에서 교육 시킬 때 맨날 안전운전 하라고 하면서, 실제론 살인적인 배차로 그럴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며 “안전운임제가 안전운전 하자는 건데, 화주는 왜 정부 뒤에 숨느냐”고 말했다.

윤씨는 “GS칼텍스가 국제노동기구(ILO) 노동 규범을 지지한다고 홈페이지에도 써놓고, 상생 경영 한다고 했으면서 우릴 위해 뭘 했느냐”며 “배차를 거부하거나 기름을 흘리면 업무정지 30일을 내린다. 우릴 감독하고 징계나 줬지 운송사를 앞세워서 (우리를) 방치하고 뒷짐 지고 있던 게 원청 화주”라고 말했다.

박아무개씨는 “내가 거의 50년째 화물 운전중인데, 내 통장 잔고가 150만원이다. 이게 귀족 노조냐”고 반문했다. 박씨는 “1200만원 벌어도 기름값이 398만원, 통신지원비와 지입료 빼고 엔진오일 갈고 나니 330만원 남더라. 지난달은 아내에게 생활비 200만원 주던 것도 150만원밖에 못 줬다”라며 “내 나이를 볼 때 이제 일할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후배들은 더 안정된 생활과 안전한 운전 위해 안전운임제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 자리 나왔다”라고 말했다.

3사 지회는 이날 화주 책임을 요구하는 의견서 제출을 시도했지만, 직원과 경찰이 진입을 막아 전달에 실패했다. 정유3사 각 지회는 회사가 교섭에 나설 때까지 본사 앞에서 농성과 선전전을 할 예정이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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