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첫걸음 뗀 교육부 혁신
사상 최장기간 '수장 공백' 상태를 겪었던 교육부가 최근 10여 년 만에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대학에 규제 대신 자율을 보장하고 미래 디지털 혁신을 이끌 인재 양성에 초점을 맞췄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당시 예고했던 '대전환'의 첫걸음을 드디어 내디딘 것이다.
교육부가 뒤늦게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미래 인재의 산실이자 진리의 상아탑이라 일컬어지던 대학은 이미 '공멸'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열악한 재정 지원에 과도한 행정업무로 고등교육 경쟁력은 나날이 떨어져가고 지방대학은 신입생 유치는커녕 재학생 이탈도 막기 어려운 형편이다.
학생 10명 중 8명이 재학 중인 사립대학은 최근 5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지만 당국은 지원 대신 규제를 늘렸다. 1963년 사립학교법 시행 당시 62개였던 의무조항은 올해 들어 126개로 배 이상 늘었다. 일각에서는 대학의 자주성을 박탈하는 사립학교법을 두고 '사립학교 규제법'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한다.
대학이 벼랑 끝에 내몰린 가운데 중·고등학교에서는 '수포자(수학포기자)'가 양산되는 등 기초학력 미달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고등학교 2학년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국어 수학 영어 등 전 영역에서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이른바 '수포자'는 2019년 9%에서 2021년 14.2%로 늘었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이 무색해지는 참담한 현실에 키를 쥐고 있는 교육부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올 들어 만 5세 초등학교 입학과 외국어고 폐지 등을 무리하게 추진하려다가 학부모와 교육계의 빈축을 사며 '불통·밀실·졸속'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를 이끌고 나갈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부가 먼저 변해야 한다. 조직개편은 그 첫걸음이다. 하지만 개편이 교육부 혁신으로 이어지지 않고 이름만 바꾼 수준에 그친다면, 교육 주체들로부터의 신뢰 회복 없이 독단과 아집만 키워간다면 교육부 폐지·축소론이 다시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박윤구 사회부 ygpark19@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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