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타깃 광고는 악마가 아니다

2022. 12. 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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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침해 우려와 달리
광고주는 고객 데이터 몰라
일반 광고보다 훨씬 저렴하고
무차별적 정보 홍수 걸러줘

요즘은 망중한에도 포털의 뉴스 섹션보다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볼 때가 많아졌다. 바쁠 때 이런 것을 보고 있으면 죄책감이 들기도 하지만 이보 전진을 위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일보 후퇴라고 합리화하면서 빠져들게 된다. 그 와중에 광고를 볼 수밖에 없는데, 내 관심 밖의 광고를 볼 때면 더 짜증 난다. 그래서 나는 모든 쿠키를 허용한다. 어차피 봐야 하는 광고라면 차라리 내가 관심을 가진 주제를 보는 것이 나으니까.

내가 일하는 경영대학에는 시대적 흐름에 맞춰 빅데이터응용학과가 신설됐고 나는 학과장을 맡고 있다. 그래서 추천시스템, 인공지능, 빅데이터 응용에 관해 학생들에게 소개할 기회가 많은데 위에서 언급한 타깃 광고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분야다. 그런데 현재 거의 모든 경영대학은 ESG에 사로잡혀 있다. ESG가 추구하는 바에 따르면 플랫폼을 포함한 모든 기업은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및 알고리즘의 공정한 운영을 포함해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 투명성을 주장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타깃 광고나 추천 시스템처럼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교육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면 경영대학에 있는 빅데이터응용학과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빅테크 기업을 경계하는 유럽연합(EU)뿐만 아니라 글로벌 플랫폼 대다수를 보유한 미국조차 감시광고 금지법을 심사 중이다(EU는 이미 빅테크의 타깃 광고를 무력화하는 디지털서비스법을 내년 초에 발효할 예정이다). 이런 법안을 추진하는 측은 데이터 집중과 알고리즘 남용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아직 제대로 된 서비스나 애플리케이션조차 없는 메타버스에 대해서도 타깃 광고의 폐해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유비무환이 아니라 기인우천(杞人憂天)에 가깝다.

광고를 설계, 제작, 운영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다. 타깃 광고가 개인정보를 크게 침해할 수 있다는 주장과 달리 온라인상에서 광고주는 고객에 관한 데이터를 거의 얻지 못할 때가 많다. 단지 잠재적 고객에게 접근하기 위해 플랫폼에 비용을 지불하고 그 서비스 인프라스트럭처를 이용할 뿐이다. 타깃 광고에 비판적인 사람들은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광고주와 게시자(플랫폼)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점을 간과하거나 평가절하한다. 광고가 인터넷 경제의 자금줄이라는 것도 종종 무시된다.

타깃 광고가 디지털 경제의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한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먼저 소비자는 잡지와 TV 같은 전통 미디어가 무차별적으로 제공하는 불필요한 정보의 홍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광고주는 고객의 실질적 반응을 알 수 있는 실속 있고 효과적인 채널에 마케팅을 집중함으로써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는 매스 광고의 막대한 비용 때문에 엄두도 내지 못했던 중소기업에 큰 혜택을 준다. 플랫폼 등 게시자 역시 광고주로부터 얻는 수익을 바탕으로 생태계 참여자에게 콘텐츠와 서비스 가격을 낮추거나 무료로 제공할 수 있다.

더구나 정책당국의 규제 움직임에 빅테크들도 혁신적인 광고 방식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는 타깃 광고를 금지할 근거를 약화시키는 것이지만, 그만큼 광고의 효율성도 줄 수밖에 없다. 구글은 자사 웹브라우저 크롬의 광고를 개인에게 맞춰 튜닝된 방식에서 350여 개 토픽 시스템으로 전환 중이다. 메타는 웹브라우저 모질라와 협력해 광고 결과 집계 시 개인 추적을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결국 타깃 광고 금지로 인해, 애초의 의도와 달리 플랫폼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생태계 이해관계자 대다수가 손해를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책당국과 시민사회는 타깃 광고 규제에 집중하기보다 플랫폼 등 민간 부문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견제하는 선에서 멈춰야 한다.

[김도훈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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