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유리천장지수 꼴찌 나라
산업혁명 이후 남성은 밖에서 일하고 대가를 받는 노동을 주로 했고, 여성은 가사노동에 종사했다. 돈을 벌어오는 남성은 가장이 됐고, 돈 버는 일을 하지 않을 때 여가를 즐기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기술 습득을 위해 투자를 하는 쪽도 남성이었고, 그 결과 남성은 여성보다 숙련된 일자리를 얻고, 높은 임금을 받게 됐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 진출이 늘었지만, 여전히 남성은 여성보다 소득이 높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한국은 그 차이가 더 크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지난해 기준 31.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컸다. OECD 가입 후 26년째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 중이다.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는 미국(16.9%), 독일(14.2%)의 2배 수준이고, OECD 국가 중 격차가 가장 작은 불가리아(2.6%)의 12배에 달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매년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The glass-ceiling index) 역시 조사 대상 29개국 중 한국이 꼴찌다. 2013년 평가 시작 이후 10년 연속 최하위다. 유리천장지수는 남녀 고등교육 격차, 소득 격차, 노동 참여율, 고위직 비율, 육아휴직 현황 등을 종합해 평가한다. 한국 여성의 노동 참여율은 59%로 남성(79%)에 비해 낮고, 여성 중간관리자 비율은 15.6%로 OECD 평균의 절반에 그쳤다. 상장기업 이사회의 98%를 남성이 차지하고 있으며, 육아휴직 활용도도 낮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일본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5배 더 많은 집안일과 무급 활동을 한다"며 "남성이 승진에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삼성과 LG그룹에서 최근 첫 여성 사장이 배출돼 유리천장이 깨졌다고들 하지만, 기업의 유리천장은 단단하고 천장 아래 바닥은 더 차갑다.
그런데도 그동안 한국 사회는 문제 해결 방안을 찾기보다는 극단적 혐오의 충돌로 젠더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여성 인력 활용은 기업은 물론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 세계 꼴찌 유리천장지수는 단순한 불명예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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