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여야 심사 시작했지만···연내 처리도 불투명

지난달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진 소위원장이 노란봉투법을 상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는 7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심사를 이어갔다. 지난달 30일 법안 상정에 반발해 회의장을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도 참석했다. 이날 노란봉투법 표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는 9일까지인 정기국회 내 국회 본회의 통과가 불가능해진 것은 물론 연내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소위원회는 이날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개정안 10건을 상정해 논의했다. 여야는 노란봉투법을 표결하지 않고 다음 소위에서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노란봉투법은 노조 활동을 제약하려는 목적으로 가해지는 손해배상이나 가압류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노동조합의 교섭 대상인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해 하청 및 간접고용 노동자의 파업이 불법으로 치부되는 것을 막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출석해 노란봉투법 처리가 시급하지 않다는 논리를 폈다. 김형동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여야 간 합의되거나 시급하거나 무쟁점 법안이 선 처리되는 게 맞다”며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 기본법안,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노동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 등 거의 논의가 어프로치(접근)된 법안들이 있다. 정말 노조법이 이것보다 급한가”라고 주장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원내대표)은 “너무나 많은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으로 고통받고 있는데, 법률로 구제받기 위해서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들·불안정 노동자들이 손해배상·가압류의 고통을 받지 않도록,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입법부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3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하고 있는 주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연장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상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제도는 이달 31일이면 유효기간이 만료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0월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올해 안에 일몰제를 2년 연장하도록 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노위 국민의힘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고금리·고환율·고물가라는 복합 경제위기 속에서 인력난은 더 힘들어졌다. 일몰되기 전에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도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일몰제를 폐기하고 다른 대안을 조율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노조법을 논의한다 하더라도 30인 미만(사업장)도 병행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오는 9일 정기국회가 종료되면서 노란봉투법은 시간적으로 정기국회 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없게 됐다. 연내 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이번 정기국회 7대 입법과제 중 하나로 꼽았지만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가 끝난 뒤 바로 임시국회를 소집해 쟁점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쟁점 법안에 노란봉투법이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이 다수인 환노위에서 법안을 통과시켜 법제사법위원회에 넘겨도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법사위원장이 최장 60일간 시간을 끌 수 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6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자성과 사용자성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 합법노조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 손해배상소송의 범위를 어디까지 할 것인지를 확정적으로 당론으로 정하기에는 준비가 조금 부족해보인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노란봉투법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사리에 맞게, 합리적으로 해야 될 필요는 있다”고도 했다.

정의당은 노란봉투법을 화물연대 파업과 연관지어 연내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화물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나오자 이은주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정부가 앞장서 노동자의 파업권을 짓밟고 기업의 야만을 답습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노란봉투법 입법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일주일째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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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평 철장 투쟁에 이어 단식 농성…누군가에게는 절실한 ‘노란봉투법’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212070943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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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