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2026년까지 공공의료원에 1830억원 투입…의료계, “취약계층 불평등 문제 해결 어려워”
대구시가 공공의료원을 추가로 짓지 않고 기존 의료원의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세부 구상안을 놨다. 지역 의료계에서는 의료자원의 불균형 현상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등의 의견을 밝혔다.
대구의료원은 2026년까지 1830억원을 들여 의료진를 보강하고 병상 수를 추가 확보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고 7일 밝혔다.
우선 의료원은 2024년까지 경북대병원 출신의 전문의 32명을 충원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2년간, 매년 16명씩 필수진료과목을 중심으로 채용하겠다는 게 의료원의 구상이다. 내과·신경외과·정형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등이다.
대구시는 의료진 보강이 예정대로 이뤄지면 병상 100개당 15명의 전문의를 보유하게 돼 전국 광역단체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구시는 현재 인천의료원과 부산의료원에는 같은 병상 수를 기준으로 각각 13명과 10명의 전문의가 있다고 소개했다.
대구의료원은 내년 1월 간호인력을 대상으로 임상교육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후 그해 3월쯤에는 경북대병원 출신 의료진의 진료가 본격적으로 이뤄져 대구의료원에서도 뇌졸중과 외상 등 응급수술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와 함께 의료원은 다른 대학병원 출신의 의료진을 채용하는 데에도 공을 들이기로 했다. 대구시는 의료인력 지원을 위한 인건비 명목으로 290억원을 배정했다.
김승미 대구의료원장은 “그간 (대학병원 등과의) 임금 수준 차이가 커서 의료진을 뽑기가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새로 뽑는 의료진들의 인건비를 지원하고 기존 인력들에 대해서도 마찰이 없게끔 (임금 상향 등)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현재 의료인력의 보수체계 등 조정안을 추후 발표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의료원 부지 안에 지하 2층~지상 6층 규모의 통합외래진료센터를 짓기로 했다. 여기에는 기능강화 예산의 절반가량인 900억원이 투입된다.
의료원은 현재 각 건물별로 흩어져 있는 외래진료 기능을 통합한다. 진료에서부터 수술, 입원까지 한 번에 가능한 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술실·중환자실·응급실 등의 공간을 넓혀 환자 중심의 동선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대구의료원은 감염병 위기 대응을 위해 현재 27개인 격리병상 수준을 2026년까지 187개 더 만들어 총 214개를 만들기로 했다. 추가 병상은 감염병 발생 시 감염환자와 일반환자의 진료동선을 분리할 수 있는 ‘전환형’으로 마련된다. 평소 일반병상으로 활용하다가 위급 시 격리병상으로 용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대구의료원은 2020년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의료원 내 일반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고 감염병 환자를 받아 전담 치료하는 등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당시 대구의료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활용되면서 의료 취약계층이 진료받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구시는 병상을 보강하면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사례를 비춰봤을 때 하루 20만명 정도의 신규 감염자가 나오는 수준까지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증·응급환자에 대한 신속 대응을 위해 지역응급의료기관을 지역응급의료센터로 격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뇌혈관센터 신설과 24시간 정신응급입원실 운영도 이번 개선방안에 담겼다.
어린이 등 의료취약계층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 경증 소아환자를 대상으로 야간 및 휴일에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진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달빛어린이병원’ 지정도 추진한다. 기존의 달구벌 건강주치의 사업 등 의료 취약계층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다양한 사업은 계속 이뤄진다.
김승미 대구의료원장은 “지역이 필요로 하는 공공의료 서비스를 강화하고 내부 혁신을 강도 높게 진행하겠다”면서 “시민에게 신뢰받고 지역 공공의료를 선도하는 공공병원으로 재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의료계와 대구 33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새로운 공공병원 설립 대구시민행동’은 추가 의료원 건립을 요구해 왔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은 부정적 입장을 수차례 밝혔다. 대구 제2의료원 건립은 권영진 전 시장 때 확정된 사항이지만 홍 시장 취임 후 사실상 백지화된 분위기다.
앞서 대구시는 권영진 전 시장 때인 지난 3월 약 8개월간 용역과정 등을 거쳐 2027년까지 400~500병상 규모의 공공의료원을 추가로 짓겠다고 확정 발표했다. 당시 용역에서는 대구 동부권의 의료 취약계층 비율이 높아 이 지역에 제2 의료원 건립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홍 시장은 지난 7월 취임 후 기존 의료원의 기능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대한민국 의료체계는 전부 공공의료다. 의료민영화가 없다”면서 “일부 강성노조에서 제2의료원 설립을 요구한다고 부화뇌동해서 설립해야 한다는 그런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구만큼 대학병원이 많은 지역이 없다”며 “(대구)시립의료원 기능 강화에 초점을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경남도지사 시절인 2013년 진주의료원을 폐원하고 채무를 없앴다는 점을 주요 성과로 내세운 바 있다.
7일 대구시 발표에 대해 김동은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진료사업국장은 “공공의료 자원의 불균형으로 인한 대구 지역별 의료 격차와 건강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방안”이라고 평했다.
김 국장은 “약 1000억원의 거액을 들여 필요성이 떨어지는 통합외래진료센터를 짓는 것보다는 용역대로 제2의료원을 설립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며 “공공병원이 2개는 있어야 감염병 대유행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역할 분담을 할 수 있고 취약계층의 건강권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추가 공공의료원 건립의 필요성을 두고 김승미 의료원장은 “지금의 의료원이 서쪽으로 치우쳐져 있어 지역적인 한계는 있다고 본다”면서 “우선은 (의료원의) 기능을 강화해 제 역할을 할 수 있고 신뢰받는 의료기관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의 일(추가 의료원 건립)은 시의 정책에 따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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