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면 된다'는 믿음에 배반당한 청춘…영화 '혜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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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를 졸업한 라엘(이태경 분)은 행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신림동 고시촌에 입성한다.
명문대에 입학하고 높은 학점으로 장학금까지 받아온 라엘은 이번에도 엄마(전국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2년 안에 합격하겠다고 말한다.
결국 라엘은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만 엄마는 이 모든 게 이름 때문이라며 '혜옥'(慧鈺)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개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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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명문대를 졸업한 라엘(이태경 분)은 행정고시를 준비하기 위해 신림동 고시촌에 입성한다.
명문대에 입학하고 높은 학점으로 장학금까지 받아온 라엘은 이번에도 엄마(전국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2년 안에 합격하겠다고 말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홀로 힘겹게 라엘을 키워온 엄마는 대학 등록금 못지않은 학원비를 내주고, 아픈 몸으로 밑반찬까지 나르며 딸 뒷바라지를 한다.
하지만 결과는 라엘과 엄마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낙방은 계속되고, 라엘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학원과 독서실에서만 재채기가 멈추지 않는 이상 증세를 얻는다.
결국 라엘은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만 엄마는 이 모든 게 이름 때문이라며 '혜옥'(慧鈺)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개명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화 '혜옥이'는 라엘이란 인물을 통해 능력 만능주의 사회에서 종교적 믿음처럼 기능하는 '노력하면 된다'라는 명제를 전면으로 반박한다.
라엘은 독서실에서 누구보다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 공부한다. 집에서 밥을 먹고, 머리를 말리고, 선크림을 바르는 순간까지도 포스트잇에 적힌 글자를 외우는 데 힘쓰지만 끝내 합격하지 못한다.
라엘이 "넌 최고니까, 일류니까, 다 할 수 있어"라는 엄마의 무조건적인 믿음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느끼는 고립과 불안은 창문과 독서실 책상에 빼곡하게 붙은 포스트잇과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재채기로 발현된다.
라엘의 보상 없는 실패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트라우마를 러닝타임 내내 자극한다. '공정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여긴 시험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어떤 것도 돌려받을 수 없는 현실, 자신의 이루지 못한 욕망을 자식에게 주입하는 부모의 모습은 공포감을 준다.
다만 예측 가능한 스토리와 지나치게 직관적인 메타포는 아쉬움을 남긴다.
박정환 감독은 "라엘과 비슷한 경험을 한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한번 아파했으면 좋겠다. 어쭙잖은 위로는 하고 싶지 않았다"며 "같이 아파하고, 나만 아팠던 것이 아니라는 부분에서 혜옥이의 시선을 통해 스스로 위로받기를 원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8일 개봉. 97분. 12세 관람가.
stop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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