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은마 주민, 왜 정의선 집 앞에?…GTX 공방에 '자중지란'까지

김완진 기자 2022. 12. 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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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강남에서 규모가 가장 큰 단지이자 '재건축 만년 유망주'면서도 모든 재건축 단지들의 바로미터인 곳, 은마 아파트입니다. 

부동산 시장이 타오를 때는 더 뜨거워지게 부추기고 가라앉을 때는 다시 일으켜 세울 주인공으로 늘 입에 오르내리는 곳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여태까지와 다소 다른 지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 노선 통과를 두고 '사는 사람들의 안전, 생명 위협이다' 반대로 '지역 이기주의일 뿐이다'라는 논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이 사람이 왜? 싶은 인물까지 등장했습니다. 

김완진 기자, 은마 아파트 주민들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상대로 시위를 하고 있다고요? 

[기자]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한남동 정의선 현대차 회장 집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데요. 

평일에는 차량이 줄지어서 정 회장 집 근처를 계속 돌고 주말에는 버스까지 대절해 단체로 움직이기도 했습니다. 

시위를 안내하는 전단에는 다소 섬뜩한 표현들도 있는데요. 

추진위원회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C 노선의 '지하 관통' 설계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양재역을 지나 삼성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에 입주 40년이 넘은 은마아파트가 있는데 지하에서 공사를 하면 지반이 무너지는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원 : 우리 심장부를 지나가는 거예요. 아파트 단지 관통을 하면 전 세대가 다 진동을 받잖아요. 이건 재산에 관한 문제란 말이에요.] 

[앵커] 

뭘 우려하는지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정의선 회장 집 앞으로 몰려든 거죠? 

[기자] 

GTX-C 노선 우선협상대상자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고, 현대건설은 현대자동차 계열사입니다. 

그룹 오너를 압박하면 계열사의 의사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현대건설이 재건축 추진위와 아파트를 관통하지 않는 노선 안에 대해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주장도 나오는데 이건 뭔가요? 

[기자] 

올해 8월 현대건설 임원과 추진위원장이 해당 내용을 담은 문서가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은마아파트 외벽 현수막 제거를 요청했고, 현수막 비용을 현대건설이 부담한다는 내용입니다. 

대신 현대건설이 우회 노선 안 관련해 적극 협조한다는 겁니다. 

[앵커] 

실제로 현대건설이 협조했나요? 

[기자] 

이 부분이 애매합니다. 

현대건설이 우회노선안을 국토부에 추가로 제출한 건 맞습니다. 

다만, 회사 측은 우회안을 제안한 게 아니라 은마아파트 주민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용도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주민들은 우회안의 경우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대건설이 당초 약속을 저버리고 꼼수를 쓰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앵커] 

주민들 입장에선 약속해놓고 말이 달라졌다는 건데, GTX 노선은 시공사가 아니라 국토부가 정하는 거잖아요? 

[기자] 

국토교통부가 결정해 지난해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원희룡 장관은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계속 강조한 바 있는데요. 

이미 GTX-A와 지하철 시공 과정에서 주거지를 통과하는 사례도 20여 곳이고, 철로가 지나는 구간에 재건축 사업장이 있었던 사례도 12건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추진위 측은 주민 전수 조사 결과 대부분 상가/저층 주거지 통과고, 아파트도 화단, 도로 통과 혹은 1개 동 통과에 불과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앵커] 

우회안으로 트는 게 근본적으로 힘든 일인가요? 

[기자] 

현대건설이 은마아파트를 지나는 내용으로 낸 설계도를 국토교통부가 사업성과 안전성 등을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건데요. 

이제 와서 재검토를 한다면 왜 진작에 문제가 없도록 내지 않았고 또 보지 않았냐는 비판과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습니다. 

우회 설계를 하면 구간이 길어지고 건설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더 치러야 하는데, 정부가 보전해줄 이유도 없겠죠. 

[앵커] 

진흙탕 싸움인데 추진위 요구대로 정의선 회장이 움직일 가능성은 있는 겁니까? 

[기자] 

희박해 보입니다. 

주무부처 장관이 국가사업 방해와 선동에 사법처리까지 강행한다는 입장인데, 기업이 다른 목소리를 내긴 힘들겠죠. 

은마 추진위가 현대건설과 말이 통하지 않자 정의선 회장까지 물고 들어가는 강수를 뒀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죠.

더 문제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오늘(7일)부터 재건축 추진위, 입주자 대표회의 운영 실태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내부에서도 균열 조짐이 보인다는 겁니다. 

은마아파트 주민들은 GTX-C 관통을 반대하는 추진위파와 GTX-C 관통에 회의적이면서도 추진위에 반기를 드는 반대파로 나뉘고 있는데요. 

비대위로 불리는 일명 '은소협(은마소유자협회)'은 "추진위가 노조 투쟁 같은 강경 시위를 정의선 회장 자택 주변에서 한 달 넘게 진행하면 역풍이 클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시위와 관련해 추진위가 수당까지 지급하는 것 등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정부, 지자체와의 갈등이 길어지면 재건축 사업이 또다시 지연될까 내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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