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가 감정가보다 싸네”…인기 지역도 2회 유찰은 기본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2. 12. 7.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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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낙찰률 역대 최저
금리 부담에 응찰 기피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 앞에 매각물건명세서 모습. 고금리와 시장 침체 여파로 응찰자가 줄어들자 명세서는 갈수록 두꺼워지고 있다. [김호영 기자]
법원 경매 물건의 감정평가액(감정가)이 시세나 실거래가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잇단 금리 인상에 따라 집값 하락세가 뚜렷해지면서 경매에 부쳐진 주택이 새 주인을 단번에 찾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은 물건들이 많은 탓에 유찰이 거듭된 다음에야 낙찰자가 선정되면서 낙찰가율도 낮아졌다.

7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실시된 서울 아파트 경매 114건 가운데 18건만이 낙찰되면서 낙찰률이 15.8%를 기록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시작한 2001년 1월 이후 최저치다.

금리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인 지난해 하반기에는 낙찰된 가격이 감정가보다 높은 물건이 대부분이라 낙찰가율이 110%대를 넘나들었다. 유찰을 2회 이상 거듭해 시세보다 1억~2억 원 낮게 입찰 최저가가 잡힌 후에야 입찰에 나서는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83.6%로, 2020년 3월(83.3%) 이후 2년8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달 30일 입찰에 부쳐진 노원구 상계동 주공11단지 전용 59㎡는 2회차 경매에서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7억7500만원에 감정가가 책정된 이 아파트는 지난해 1차 유찰로 감정가의 80%인 6억2000만원에 2차 입찰이 진행됐지만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현재 매매시장에 나와 있는 이 아파트의 매물 시세는 6억6000만~7억3000만원으로 감정가를 밑돌고 있다. 1회 유촐로 입찰 최저가보다는 높지만,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을 우려해 응찰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낙찰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푸르지오 전용 84㎡는 감정가 10억4000만원에서 경매가 시작됐지만, 9월과 10월 유찰을 거듭해 3차 매각 기일인 지난달 10일에서야 7억213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가율은 69.4%다. 앞서 동일 주택형은 지난 6월 매매시장에서 10억5500만원에 거래됐었다.

블루칩 아파트도 경매시장 한파를 피하지 못했다. 이달 6일 3회차 경매에 부쳐지는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7단지 전용 101㎡는 작년 책정된 감정가(26억2000만원)보다 현재 나온 매물의 최저가(24억8000만원)가 더 낮았다. 이 경매매물은 감정가의 80%에서도 유찰돼 이달 최저가는 감정가의 64%인 16억7680만원로 떨어졌다.

서초구 반포동 서래아르드빌 전용 190㎡는 최초 감정가 19억6000만원에 책정됐지만, 2번의 걸친 유찰로 최저 입찰 가능가격이 12억5440만원으로 떨어졌다. 이 물건은 3회차에서 단 1명이 최저 입찰가보다 11만원 높은 12억5455만원에 응찰해 새 주인이 됐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집값은 떨어지는데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경매시장에서도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면서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다 보니 인기 지역도 1∼2회 유찰은 기본이고 3회차에서도 입지가 좋거나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물건에만 제한적으로 낙찰된다”고 진단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이어 “경매 수요도 대부분 대출에 의존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한 응찰자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면서 “낙찰률과 낙찰가율 모두 당분간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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