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1% 슈퍼개미만 세금 부과? 시장 상황 무시한 금투세법 추진

장윤서 기자 2022. 12. 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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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서 기자./조선DB

내년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2년 유예를 놓고 여야 간 강대강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12월 여야는 내년 금투세 본격 시행을 예고했으나, 현재의 어려운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해 시행 시점을 2025년으로 유예하자는 입장과 그대로 추진하자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다수당인 민주당의 합의가 없다면 개정안은 통과되지 못한다. 금투세를 당장 밀어붙이자는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금투세는 부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라면서 “본질을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금투세 부과 대상은 1% 미만의 ‘슈퍼개미’지 대부분의 개미투자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세금 부과대상이 아닌 ‘소액 개인투자자’들도 금투세 추진 강행에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금투세 추진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은 단체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지난 10월 한 개인투자자가 “지금 한국증시에 금투세를 도입하는 것은 명분도 실익도 없다”면서 “금투세법 추진은 1000만 개인투자자의 재산이 걸린 민생문제인만큼, 정치적인 논쟁으로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무작정 금투세를 도입하지 말고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에는 5만여명이 동의를 누르며 개인투자자들에게 폭발적 관심을 샀다. 해당 청원은 소관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로 넘어갔다.

금투세는 주식·펀드·채권·파생상품에서 발생한 수익 중 연간 기준 5000만원이 넘는 부분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를 과세하는 제도다.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25%(지방세 포함 27.5%)의 세금이 부과된다. 현재 비과세인 ‘대주주가 아닌 사람의 양도차익’도 과세 대상이 된다. 주식시장에서 투자 수익을 본 사람이 내는 일종의 ‘양도소득세’의 성격이다.

금투세는 2020년 문재인 정부에서 여야가 합의하면서 본격 논의가 이뤄졌다. 2018년 12월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은 자본시장 활성화 특위를 출범시켰다. 이 제도 도입을 통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이루자는 것이 취지였다. 부동산도 가격 급등으로 발생한 양도 차익에 세금을 매기는 것처럼, 주식도 고수익을 내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측은 1% 미만이 세금 부과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금투세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는 거의 없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이 국내 주요 5대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 고객의 실현 손익 분석 결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5000만원 이상을 거둔 투자자는 20만1843명으로 전체 투자자(2309만4832명) 중 0.9%에 불과하다. 이 통계는 민주당이 금투세 과세 추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근거 자료로 적극 활용됐다. 유 의원은 “정부는 거액 자산가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아닌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실질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99%의 개미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금투세법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는 것이 논리다.

정작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는 금투세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기관은 침묵하고, 개미투자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여기에 금투세 도입 이후 기관투자자는 증권거래세 인하로 인한 이득도 얻게 된다. 현재 0.23%인 증권거래세는 오는 2025년까지 0.15%로 낮아진다. 주식거래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 부담이 줄어든다. 이는 증권사와 운용사 등이 법인세를 내면서 금투세까지 낼 경우 이중과세가 되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조치인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금투세를 소액 투자자와 고수익 투자자 간 대립 각도로 세워서 바라봐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부자감세나, 부자과세 등의 논리로 설명하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 원칙에 어긋난다는 시각이다. 세금 부과 대상이 1% 미만이라고 해서 금투세 추진 도입이 정당화될 수만은 없다. 금투세 도입될 경우 주식시장의 큰손의 이탈도 우려되고 있다.

지금도 유가증권시장에서 10억원 이상 혹은 1% 이상 지분을 들고 있다면 대주주로 분류해 양도소득세를 낸다. 이 법이 만들어진 이후 매년 연말이면 큰손들은 보유 주식을 파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섣불리 금투세 도입하면 자금이 대량으로 미국 등 해외 투자처로 이탈할 수 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원칙에 따라 내년부터 금투세를 도입해야 한다면, 원칙에 맞는 기준 설정부터 다시 해야 할 것이다. 현재 금투세 적용 원칙은 5000만원 이상인 주식 투자 소득에 일괄적으로 과세한다는 조항이 담겨있다보니, 투자자 입장에서 공제 한도를 넘기 전에 계속 단기적으로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주식 등을 팔아 얻은 자본소득을 단기 소득과 장기 소득으로 나눠 과세한다. 1년 이상 장기 보유 주식을 매도할 때는 낮은 세율을 매기는 방식이다. 또 근로 및 사업 소득이 5400만원(1인 기준·부부 합산은 1억626만원) 이하라면 아예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천편일률적인 금투세 도입은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증권가·개인투자자·학계 등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합리적인 방향과 기준을 마련한 뒤 추진해야 조세 저항은 물론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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