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만 5000원~1700만원’ 가왕 콘서트에 등장한 기타 9개의 비밀

2022. 12. 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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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 위대한 탄생’ 최희선
공연 중 23개 곡에 9대의 기타 사용
“악기도 사람처럼 저마다 목소리 달라
최적의 소리 내기 위해 다양한 사용”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리더인 기타리스트 최희선은 지난 4일 마지막 공연을 마친 ‘조용필 & 위대한 탄생’(11월 27~28, 12월 3~4일) 콘서트에서 총 9대의 기타를 사용했다. [YPC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대형 LED 화면으로 거대한 파도가 쏟아져 내릴 때 ‘K팝 성지’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엔 울먹이는 기타 소리가 가득 메워졌다. 묵직한 읊조림으로 시작해 애끓는 소리로 이동한 20여초 안에 담긴 기승전결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가왕 조용필이 1990년 발매한 ‘추억 속의 재회’의 노랫말과 영상, 기타 연주가 ‘환상적인 흐름’(‘찰나’ 가사 중)을 만들었다.

지난 4일 마지막 공연을 마친 ‘조용필 & 위대한 탄생’(11월 27~28, 12월 3~4일) 콘서트. 위대한 탄생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최희선은 이 곡이 연주될 때 ‘의외의 기타’를 사용했다. 길모어에서 나온 저가형 기타인 ‘모던 빈티지 EX’다. 날렵한 핑크색 기타의 가격은 49만 5000원. ‘추억 속의 재회’에 사용된 이 기타의 맹활약에 음악계도 적잖은 충격에 빠졌다. 다수의 인디밴드가 소속된 레이블의 관계자는 “체조경기장처럼 큰 공연장에서 저가형 기타를 사용해 해외 공연 수준의 사운드를 구현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수는 장비 탓을 하지 않는다’는 음악계 명언이 입증된 셈이다.

2022년 ‘최고의 공연’으로 꼽히는 ‘조용필& 위대한 탄생’의 콘서트는 여러 면에서 화제였다. 특히 수많은 음악인과 ‘기타 키즈’ 사이에선 이 공연의 사운드와 밴드 리더인 최희선의 연주가 내내 회자되고 있다. 공연은 ‘기타의 향연’이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23곡의 레퍼토리가 이어지는 동안 최희선은 총 9대의 기타를 사용했다. 최저 49만 5000원부터 최고 1700만원 대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와 가격의 기타들이 총출동했다.

기타리스트 최희선은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르듯이 기타라고 다 같은 소리가 나지 않는다”며 “각각의 기타마다 고유의 소리가 있고, 어떤 기타들은 보편적인 소리를 가지고 있다. 각각의 곡에 적합한 기타를 선택해 연주하는 것은 연주자의 센스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연에선 소위 ‘입문자들의 기타’로 불리는 저가형 기타가 등장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 기타를 제작한 길모어의 최종규 대표는 “이 모델은 기타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이제 막 시작한 경우에 많이 쓰는 기타”라며 “기타는 100만원 짜리도 10만원 짜리 처럼 쓸 수 있고, 10만 원 짜리도 100만 원 짜리처럼 쓸 수 있다. 연주자가 누구냐에 따라 기타는 값어치를 달리 한다는 점이 이번 공연에서 증명됐다”고 말했다.

기타리스트 최희선 [YPC 제공]

최희선이 ‘추억 속의 재회’에서 ‘모던 빈티지 EX’를 사용한 것은 이 기타만이 가진 독특한 특색 때문이다. 최희선은 “기타는 남성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과 여성적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있는데, ‘추억 속의 재회’와 ‘꿈’은 굵은 소리보다 낭랑한 여성적 목소리가 필요했다”며 “이 음악의 스펙에 딱맞는 기타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꿈’에서 사용한 물론 사의 ‘에스 클래식’은 “팝적인 음악에 어울리는 샤프하고 밝은 소리를 내는 기타”(최희선)다. 포효하는 록 사운드를들려준 ‘태양의 눈’에선 길모어에서 나온 ‘최희선 시그니처 기타(HS1)’를 사용했다. “핸들링이 가능한 기타”라는 점이 ‘태양의 눈’의 음악에 꼭 필요한 요소였다. 공연에서 사용된 최고가 기타는 무려 1700만원대에 달하는 깁슨의 레스폴이다. 이 곡은 ‘추억의 명곡’인 ‘친구여’를 연주할 때 사용됐다.

최근 발매한 조용필의 신곡 ‘찰나’와 ‘세렝게티처럼’, 2013년 음원차트는 물론 음악방송 1위까지 오른 ‘바운스’에선 물론의 티클래식을 사용했다. 세 곡 모두 최신 음악 트렌드를 반영한 ‘젊은 감각’의 노래라는 교집합이 만들어진다. 이 기타를 생산한 물론의 박영준 대표는 “빈티지한 소리와 시대를 타지 않는 그만의 사운드를 가진 악기를 추구하는데, 새로운 곡에 이런 소리를 담아내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최희선은 “기타가 존재감을 나타내기 보다는, 선명하고 날카로우면서 노래에 뒷받침되는 소리를 내기 위해 골랐다”고 말했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기타리스트에겐 가격이 악기의 수준을 가르는 기준이 되진 않는다. 최희선은 “대부분의 악기들이 가격 차이에서 품질의 차이가 오진 않는다. 가격 때문에 치명적인 작동이나 튜닝의 문제가 나오는 사례가 있을 수도 있지만, 악기 퀄리티의 차이는 연주자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며 “좋은 악기는 훌륭하게 연주되는 사람의 손에 있는 악기”라고 말했다.

공연에 사용된 기타들은 딱 한 대를 제외하면 모두 국내 브랜드다. 최희선이 쟁쟁한 외국 브랜드의 기타보다 국내 브랜드를 더 많이 사용하는 데에는 50년간 대중음악계에 몸담은 선배로서의 책임감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음악계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연주자는 물론 이들을 둘러싼 악기, 공연장 등 모든 환경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며 “무대에 많이 서는 연주자들이 국내산 악기를 더 많이 사용해야 악기 산업과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악기는 사용하는 사람이 있어야 개선과 진화를 거친다. 과거 영국과 미국 등 주류 음악계에선 ‘시대의 아이콘’이 사용한 악기가 산업의 발전을 가져왔다. 최종규 대표는 “2008년부터 최희선 선생님과 함께 하며 외산 기타와 국산 기타의 품질적인 갭을 줄여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희선은 “지금은 과거와 달리 이젠 국산 기타도 외국 기타 못지 않게 품질이 좋다. K팝만 세계적인 것이 아니라 국내 악기도 세계적인 수준이 됐다”고 봤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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