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헌혈 소녀 ‘금희’, 헌혈버스 또 탔다 계엄군 총에 숨졌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다친 시민들을 위해 헌혈을 하고 병원을 나온 뒤 숨진 박금희 열사(당시 17세)는 헌혈버스를 다시 탔다가 계엄군이 쏜 총에 맞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금희의 죽음’은 5·18의 비극과 광주시민들의 희생정신을 보여주는 대표사례다.
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조사위)는 박 열사가 5·18 당시 헌혈버스에서 계엄군의 총격을 받아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고 추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박 열사는 5월21일 오후 광주기독병원에서 헌혈을 하고 나온 뒤 계엄군 총에 맞아 숨졌다. 이날은 오후 1시쯤 계엄군의 옛 전남도청 앞 집단발포로 수많은 시민들이 죽거나 다쳤을 때다.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박 열사는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 피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후 5시쯤 병원으로 가는 헌혈버스에 올랐다.
그는 5월19일에도 계엄군의 진압으로 다친 시민들을 위해 헌혈을 한 적이 있었다. 병원에 도착해 두 번째 헌혈을 한 박 열사는 병원을 나선 지 1시간 여 뒤 총에 맞은 채 다시 병원으로 실려 왔지만 숨졌다.
그동안 박 열사는 헌혈 뒤 광주천 다리 위를 걷다 계엄군 헬기가 쏜 총에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정황은 5·18유족회가 2005년 첫 발간한 희생자 증언록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을 비롯해 각종 책자에도 기록됐다.
하지만 박 열사는 헌혈버스를 다시 탔다가 동구 지원동 시내버스 종점 부근에서 계엄군 총에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5·18조사위는 박 열사가 5월21일 오후 7시30분 쯤 광주 외곽으로 철수하던 공수부대에 의해 헌혈버스에서 총격을 받아 사망한 것으로 판단하고 추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시 공수부대는 광주외곽 봉쇄작전을 위해 실탄이 지급된 상태에서 군용 차량으로 지원동을 지나 주남마을로 향하고 있었다. 1982년 국군 보안사령부가 발간한 <제5공화국 전사>의 5·18 희생자 검시조서에도 박 열사가 ‘지원동 시내버스 종점 부근 마이크로 버스내에서 사망’ 한 것으로 적혀있다.
목격자 증언도 나왔다. 박 열사 사망 당시 함께 헌혈버스에 탔던 친구 문순애씨는 ‘5·18민중항쟁 고등학생동지회’가 발간을 준비중인 증언록에서 “지원동에서 군 트럭이 헌혈버스에 대고 계속 총을 쐈다. 금희가 허리쯤에 총을 맞았다”고 증언했다.
5·18조사위는 “5·18희생자 개개인의 사망경위를 밝히기 위해 증언과 기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박 열사의 사망 경위도 파악됐다”면서 “잘못 알려진 내용을 명확하게 정리해야 온전한 평가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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