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무대 위에 올려진 '화물연대 총파업' 속 노정 갈등
총파업·개시명령 등 정당성 두고 충돌
근로자 인정 여부 등 법 해석도 이견
정부 ILO 협약 위반 여부, 총파업 변수
국제사회가 화물연대 총파업을 두고 벌어진 정부와 노동계의 극명한 시각 차이와 갈등 양상을 공식적으로 알게 됐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를 막는 게 책무라는 입장이고, 노동계는 정부가 노동권 전반을 탄압한다고 대치했다. 국제사회의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판단이 총파업 장기화의 변수로 떠올랐다.
박종필 고용노동부 기획조정실장은 6~9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고 있는 제17차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는 국가경제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국민의 생명, 건강, 안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불가피하게 법률에 근거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화물연대에 관련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박 실장은 화물연대의 총파업을 통한 집단운송거부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명령 근거로 강조했다. 정부의 피해 추산 규모는 전일 기준 3조5000억원을 넘었다. 박 실장은 "정부는 법 테두리 내 대화와 타협은 보장한다"면서도 "국민의 생존과 안녕을 위협하는 불법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는 기조"라고 부연했다.
노동계는 정부의 대응이 국제노동기준 위반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윤택근 민주노총(화물연대 상급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전날 ILO 지역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정부가 한국에서 발효된 ILO 협약 87호, 98호, 29호를 종이조각으로 만들었다"며 "법치와 자율를 말하는 정부가 법으로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87호는 결사의 자유 보호, 98호는 단체교섭권 적용, 29호는 강제노동 금지다. 업무개시명령 등 정부 대응이 3개 조항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ILO 협약은 국내 실정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노정 시각 차이는 화물연대를 노동조합으로, 화물연대 조합원을 근로자로 볼 지에서 출발한 해묵은 논쟁이다. 정부는 화물연대가 노조필증을 교부받지 않아 노동조합법상 조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화물연대 조합원인 차주도 개인사업자여서 노조법상 근로자로 보기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화물연대 총파업을 노동법상 파업이 아니라 집단운송거부로 부르는 이유다. 근로자 제도 ‘밖’에 있는 화물연대를 ILO 협약으로 어디까지 보호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이 때문에 노사 갈등을 관리하는 고용부는 화물연대 총파업에 직접 개입하지 못한다.
반면 화물연대는 정부가 ILO 협약 취지를 외면했다고 비판한다. ILO가 모든 노동자에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만큼 노조법상 근로자 여부를 따지는 게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법원도 화물연대 조합원과 같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판결을 잇따라 내고 있다. 이 점을 고려해 업무개시명령이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29호와 배치된다는 게 노동계의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강제노동 금지 내용이 담긴 105호 위반을 주장하지만, 한국은 아직 105호를 비준하지 않았다.
관심은 ILO가 정부의 화물연대 총파업 대응을 어떻게 판단할지다. ILO는 최근 고용부에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입장을 묻는 공문을 보냈다. 노동계는 고용부의 대응에 대한 우려를 담은 '노동 문제 개입'이라고 판단한다. 고용부는 ILO가 시정 조치 계획을 내야하는 식의 개입을 한 게 아니라 단순 의견 조회라고 반박한다. 이날 민주노총은 ILO에 추가 개입을 요청했다.
만일 ILO 협약 위반으로 판단된다면 한국은 노동후진국이란 오명을 얻는 게 불가피하다. 다만 판단 시기와 구체적 제재는 가늠하기 어렵다. ILO가 협약 위반으로 제재를 한 경우는 한번 뿐이다. 위반 여부를 따지는 절차가 복잡하고 시일이 오래 걸리는데다 대부분 ILO 조사 과정에서 자진 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ILO 협약은 각 국의 실정법도 존중한다고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27호, 87호, 98호 비준을 추진했다. 하지만 2018년부터 사회적 대화를 시작해 2020년이 돼서야 관련법 개정이 가능했다. 노사정 이해관계가 복잡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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