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항만 정상 수준 '회복', 철강도 출하 '재개' (종합)
파업 장기화 피해 누적, 원희룡 “추가 업무개시명령 검토”
(전국=뉴스1) 양희문 최창호 김동수 박영래 이유진 김도엽 유재규 기자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총파업) 14일째를 맞은 7일 파업 동력이 약화하면서 시멘트와 항만, 철강 등 일부 산업현장이 정상화하고 있다.
정부가 총파업 불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내세운 데다 주말 이후 생계 등을 이유로 복귀하는 화물차주들이 늘어나면서 ‘고비’를 넘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파업 장기화로 물류 운송 차질을 빚는 일부 산업에서 피해가 누적되고 있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시사했다.
◇시멘트·항만 정상화…철강도 출하 재개
총파업으로 한때 10% 이하로 떨어졌던 시멘트 출하량은 90% 이상 회복됐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전날 시멘트 출하량은 16만7500톤이다. 평소 18만톤 대비 93.1% 수준을 회복한 셈이다.
시멘트 출하량은 지난달 29일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발동 이후 비노조원 차주들이 현장에 돌아오면서 빠르게 늘었다. 전체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 3000여대 중 3분의 1인 1000여대가 화물연대 소속이다.
출하량은 화물연대 파업 첫날인 지난달 24일부터 29일까지 평소 물량의 5~10%에 그쳤지만 명령 이튿날인 지난달 30일 25.4%로 올랐다. 이후 지난 1일 47.3%, 2일 63%, 3일 84.1%, 5일 88.3%를 기록하는 등 정상 수준에 가까워졌다.
전국 항만도 평시 수준을 회복했다. 전남 광양항의 경우 전날 오후 3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컨테이널 반출입량은 376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지난 5일 25TEU와 비교해 크게 늘었고 평시 수준인 3402TEU를 넘어섰다
이날 장치율은 67.3%로 파업 기간 꾸준히 60%대(평시 61%)를 유지하고 있다. 장치율은 80%를 넘어서면 하역작업에 어려움이 생겨 항만 기능이 마비된다. 장기간 물류 수송에 차질을 빚은 만큼 선박 등에 쌓인 물량이 컨테이너 부두로 들어오면서 일시적으로 장치율이 늘어난 것일 뿐, 정상 범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항만공사 측의 설명이다.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물류운송 차량 입출입은 파업 초기 보다 다소 늘었다. 가용차량 650대 중 약 20% 수준의 화물차량이 이날 운행 중이다. 파업 초기였던 지난 11월24일 한 자릿수를 기록한 수치보다 다소 오른 것이다. 철도수송 역시 11대가 예정돼 있어 평시 84% 수준까지 회복했다.
의왕ICD의 장치율은 4만5000TEU로 이날 현재 52.3%에 해당하는 2만3556TEU로 파악됐다. 평택·당진항도 전날 기준으로 물동량이 평시 91%로 기록됐고 장치율도 54%로 12월 평균 장치율(59.3%)에 근접하는 등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철강업계도 제품 출하가 재개됐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하루 8000톤의 철강제품을 전량 출하하지 못했던 현대제철 포항공장과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제품 출하를 시작했다. 화물운송에 나선 화주사들은 “파업 전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물량 수송이 점점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기아차 광주공장 적치장 ‘포화, 부·울·경 건설노조 파업 ’동조‘
화물연대 파업으로 신차 운송에 어려움을 겪는 기아 오토랜드 광주는 이날부터 전남 목포항 부두로 신차 운송을 시작했다. 광주공장에서 생산하는 완성차를 더 이상 광주 인근에 적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는 화물연대 파업과 함께 신차를 운송하는 카캐리어 차량 108대의 운행이 멈추면서 신차를 직접 운전해 출하장 등지로 이동시키는 ’로드탁송‘을 이어오고 있다. 기아는 전날까지 광주공장에서 로드탁송으로 운송된 차량은 모두 1만6000대로 집계했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 관계자는 "전날까지 1만6000대 이상을 개별운송한 상황으로 광주시 인근 적치장이 대부분 포화상태에 이르러 이제는 목포항으로 직배송하지 않으면 공장 생산라인이 중단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건설업계도 비상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부울경 본부는 8일부터 레미콘·콘크리트펌프카 지회가 동조 파업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8일부터 부울경 지역에서 레미콘·콘크리트펌프가 운행이 무기한 중단될 전망이다. 지난 5일 부울경 민주노총 건설노조 타설 노동자들은 이미 동조파업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부울경 레미콘·콘크리트펌프카 기사와 타설 노동자 95% 이상(5000여명)이 민주노총 건설노조 소속이다. 이 때문에 타설 노동자가 없이는 사실상 레미콘 공급이 힘들고 레미콘을 운송하는 콘크리트펌프카 운행이 중단되면 골조공사가 불가능하다.
◇산업계 피해 누적…원희룡 “추가 업무개시명령 검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해 “2주째 계속되는 파업으로 철강,정유, 석유화학 등 산업 분야 손실액이 3조5000억원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석유화학 분야의 수출물량은 평소의 5% 정도에 불과하다. 철강 분야의 출하량도 평소의 50% 정도”라며 “시멘트 출하량은 업무개시명령 발동 이후 평소의 90% 수준까지 회복했으나 건설 현장 공정 지연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산업계 피해가 누적되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업무개시명령 추가 발동을 시사했다. 원 장관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찾아 “화물수송의 정상화를 앞당기기 위해 업무개시명령 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 장관은 그 시점으로 이르면 이날 혹은 8일쯤 국무회의가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정유·철강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이 안건으로 상정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상정되지는 않았다. 업계 피해가 당장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필요로 할 만큼 위급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다만 원 장관이 다시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시사, 업계 피해를 더는 외면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는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위한 제반 준비는 이미 해둔 상태다.
원 장관은 "화물연대 파업으로 국민들이 많이 걱정하고 있고 나라 경제가 어렵다. 화물연대 지도부가 조합원들이 더 이상 단체 행동의 눈치를 보지 않고 현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옳은 판단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yhm9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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