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전북도 부지사 "갈 길이 멀다, 사업 생각 뿐"
행정고시로 공직 입문 30년 중앙정부 잔뼈 굵어
전북 경제 발전 위해 내년 사업 면밀히 준비 중
【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민선8기가 시작되기 전 김관영 전북도지사의 초대 경제부지사(당시 정무부지사) 임명에 관심이 쏠렸다. 지역에서 여러 후보가 호사가들 입방아에 오르내렸지만 그 자리는 김종훈(55) 부지사가 차지했다.
지역에서는 깜짝 발탁이었다. 지역정가에서 회자되는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김관영 지사는 능력과 경험을 따져 경제부지사를 기용했다. 1992년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30년 동안 중앙정부에서 잔뼈가 굵은 김종훈이기에 가능했다.
김종훈 부지사 입장에서 전북도 경제부지사 자리는 급(級)을 낮춘 선택이다. 단순히 높고 낮음을 평가할 수 없지만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을 지낸 그에게 지방직 1급에 해당하는 부지사는 급수를 낮추면서 선택한 자리다. 전북 진안 출신으로 고향에 대한 애정이 있었고 지역발전을 위해 직급의 높낮이를 따지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답이다.
민선8기 김관영호가 출항한지 반년이 지났다. 지금까지는 정책 준비 기간으로 여겨질 수 있다. 내년부터는 성과를 보여야 한다. 경제도지사를 부르짖으며 당선된 김관영 도지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정책이다. 그 중심에 김종훈 경제부지사가 있다.
지난달 30일 전북도청에서 김종훈 부지사를 만났다.
그는 "머리 속에 온통 내년 사업 생각뿐이다. 올해 잘 준비해서 내년부터는 치고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 후 5개월이 지났다. 소회는.
▲도정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해 도민 의견을 직접 듣고자 했다. 또 직원들이 진취적이고 담대하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좀 더 편하게 부지사실을 방문하도록 했다. 현안을 놓고 직원들과 토론을 늘리는 등 민선8기 사업을 열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내부 동력을 키우고자 노력했다.
취임 이후 머리 속에는 늘 '일모도원(日暮途遠), 해는 지는데 갈 길은 멀다'는 단어가 맴돌고 있다. 김관영 지사가 그려 나갈 '전북 경제 발전과 도민 행복'이라는 목표 실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임명 당시 깜짝발탁 이었다. 김관영 도지사와 친분이 있었나.
▲김관영 지사하고는 행정고시 동기다. 김 지사는 어디를 가든 분위기 메이커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앙공무원교육원 교육시절 오락부장을 맡는 등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로 주변을 밝게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동안 김관영 지사를 보좌하면서 느낀 점은 권위적이지 않고 사람들과 허물없이 대해 의사소통에 탁월하다는 느낌이다.
-중앙정부에서 차관까지 지냈다. 정치적으로 보면 많지 않은 나이인데 전북으로 온 이유는.
▲오랜기간 고향을 떠나 있었지만 전북을 한 시도 잊어 본적이 없다. 그간 중앙부처에서 쌓은 경력과 경험을 쏟아 고향인 전북을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역발전을 위한 일에 직급의 높고 낮음이나, 나이의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
-중앙정부에서 일할 때와 지방정부에서 일할 때 차이가 있나.
▲중앙정부는 예산편성권과 법령 제·개정권 등을 가지고 있어 힘 있는 정책 추진이 가능하다. 반면 지방에는 이런 권한이 미약하다. 이에 지방에서 추진하는 중요사업이나 정책을 중앙정부와 협의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전북에 필요한 마스터플랜을 만들어 차근차근 중앙정부에 건의하며 빌드업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농도 전북에서 제 전문 분야의 경험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전북이 가진 강점을 평가한다면.
▲16세기 이후 전라도는 국가 재정 30% 이상을 담당했고, 17세기 조선 팔도 중 가장 많은 인구가 살았다고 한다. 한반도를 풍요롭게 하는 경제 중심지였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지역은 문화·예술을 꽃피우는 고장이 됐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고창고인돌, 김제벽골제, 천년고찰 금산사, 후백제 수도 천년전주, 이성계 대표 유적지 경기전 등 한반도 역사를 관통하는 역사 유적이 있다. 부안 고려청자, 판소리 대가 신재효 선생 판소리 여섯마당, 현존 최고 가요 정읍사, 가사문학 효시인 정극인의 상춘곡, 한지, 한옥마을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를 꽃피웠던 지역이 전북이라는 것이 우리의 강점일 것이다.
그간은 이런 전북의 강점이 묻혀 있었고 이것을 세계에 알리며 역사와 문화의 성지, 전북을 브랜드화해서 전북의 성장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새만금이 핵심 역할을 할 것이다.
-전북이 극복해야 할 약점은.
▲인구가 급속하게 줄어들고,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여건도 어렵다.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2%로 전국평균 5.7%보다 낮다.
전북 여건이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추진해 나가겠다. 앞으로 전북을 투자 가치와 미래가 있는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갖도록 만들고, 기업들과 청년이 살고 싶은 지역으로 만들어 나가겠다.
-경제부지사로 일하며 가장 힘든 점은
▲지역에서 바라는 니즈(needs)는 매우 다양하지만 세심하게 부응할 수 없는 재정적·제도적 한계가 많이 있다. 취임 5개월여가 지난 지금 도민들에게 보이는 성과를 내고 답을 찾아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감과 절박함이 크다.
-반면 자랑스러운 일은
▲내 고향 전북이 매일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나아지고 있다고 느낄 때다. 전북특별자치도법 국회 행안위 통과와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 건설사업 확정, 지역특화형 비자 시범사업 공모 선정, 새만금 지역 간 연결도로 건설사업 예타 통과 등 분야별로 골고루 도정 발전에 씨앗이 파종되고 있다.
우리는 조금씩 변해가고 성장하고 있다. 중앙부처 경험과 네트워크로 현안 해결에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김관영 지사가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 중심에 새만금이 있는데.
▲새만금은 농식품부 시절 직접 관여했던 사업이다. 새만금방조제 준공탑에 농식품부 담당자로서 이름도 새겼다. 그 만큼 애착을 가진 사업이자 반드시 성공시키고 싶은 사업이다.
새만금 사업은 2050년 완공을 목표로 매립과 핵심 기반시설이 속도감 있게 추진 중이다. 중요한 것은 새만금에 기업과 자금이 모이게 하고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다. 새만금을 투자진흥지구로 지정해 법인세 등 세제 감면을 통해 투자를 활성화하겠다. 새만금산단 임대용지도 추가적으로 확보해 싼값에 사업부지를 제공함으로써 새만금에 기업이 모일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가겠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지난 5개월간 전북은 이전의 틀을 깨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도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이었다. 침체된 전북이 민선 8기를 계기로 변화와 도전을 통해 힘 있는 전북으로 변화하는데 역할을 다하도록 하겠다.
◇김종훈 전북도 경제부지사 약력
1967년생, 전북 진안군 출신, 전라고 졸업, 한양대 법학과 학사, 한양대 대학원 석사, 36회 행정고시 합격, 농림부 협동조합과장, 농림수산식품부 대변인,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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