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체가 파워하우스…‘포스트 BTS’ 걸그룹

2022. 12. 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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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K팝 시장 이끄는 4세대 주역
대세 걸그룹 아이브 앨범마다 ‘대박’
르세라핌 탄탄한 성장서사 대중공감
평균나이 17세 ‘뉴진스’ 신드롬 이끌어
기존 보이그룹과 데뷔·성공방식 차별
공고한 팬덤 바탕 영향력 확장중
올 한해 가장 강력한 K팝 트렌드 중 하나는 걸그룹 돌풍이다. 그 중심에 선 4세대 걸그룹 아이브는 2022년 최고의 현상이라 할 만큼 높은 인기를 모았고, 르세라핌은 탄탄한 성장 서사로 팀의 동력을 얻었다. 뉴진스는 전례 없던 데뷔 과정을 거치며 가장 인상적인 신고식을 치렀다. 사진은 아이브.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명실상부 K팝 걸그룹 전성시대다. 데뷔 1주년을 맞은 걸그룹 아이브부터 르세라핌, 막내 뉴진스 등 걸그룹의 약진이 새로운 시대의 K팝을 이끌고 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국내 최대 음악 집계 사이트인 써클차트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음원 판매량에서 걸그룹의 점유율이 78%까지 상승했고, 음반 판매량 역시 전년도에 비해 증가했다.

지금의 ‘걸그룹 전성기’를 이끈 주역은 ‘대세 걸그룹’ 아이브(IVE)다. 지난해 12월 1일 데뷔, 최근 1주년을 맞은 아이브는 올 한 해 ‘하나의 현상’이었다.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엠넷)을 통해 결성된 아이즈원의 두 멤버 안유진 장원영이 주축이 된 이 그룹은 데뷔 1년 밖에 되지 않은 신인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성적표를 쏟아냈다.

소속사 스타쉽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아이브는 첫 번째 싱글 앨범 ‘일레븐’(Eleven)으로 초동(발매 이후 일주일 간의 음반 판매량) 15만 장, 두 번째 싱글 앨범 ‘러브 다이브’(Love Dive)로 발매 이틀 만에 19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이 두 장의 싱글 앨범은 아이브가 데뷔 6개월이 되던 시점에 총 1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렸다. 역대 걸그룹 중 가장 빠른 속도였다. 이후 아이브는 스스로의 기록을 또 넘어섰다. 세 번째 싱글 ‘애프터 라이크’(After Like)는 초동 92만 장을 기록했고, 현재까지 100만 장 이상 팔리며 밀리언셀러를 달성했다. 스포티파이 연말결산에선 ‘러브 다이브’(6위)가 ‘K팝 양대 산맥’인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참여하지 않은 곡으로는 유일하게 최다 스트리밍 K팝 곡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22 마마어워즈’에선 신인상과 대상을 모두 휩쓸었다. 이 모든 일이 일 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거둔 성취다.

케이팝레이더에 따르면 아이브는 유튜브 영상 조회 수의 4분의 1이 한국에서 나오는 ‘국내형 팬덤’을 가지고 있는 그룹이다. 케이팝레이더 측은 “아이브의 팬덤은 한국에서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고, 일본까지 합치면 40%에 육박하는 국내 팬덤을 상당히 많이 모든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아이브와 함께 걸그룹 전성시대를 이끈 주역 중 빼놓을 수 없는 그룹이 르세라핌이다. 지난 5월 데뷔한 르세라핌은 아이즈원의 두 멤버 채원, 사쿠라가 소속된 그룹이자, ‘하이브 최초의 걸그룹’이라는 든든한 배경과 함께 등장했다. 화제성이 상당했다. 첫 앨범 ‘피어리스(FEARLESS)’는 초동 30만장을 넘기며 르세라핌은 데뷔 앨범으로 초동 30만 장 이상을 팔아치운 최초의 걸그룹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발매한 ‘안티 프래자일’은 56만 장을 넘겼고, K팝 걸그룹으로는 사상 최단 기간인 6개월 만에 미국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14위로 데뷔하기도 했다. 4세대 걸그룹 최고 성적이었다. 르세라핌의 특이점은 서사에서 나온다. 의도와 계획을 넘어선 ‘우연의 연속’으로 그룹의 서사가 힘을 받은 사례다. 데뷔 전부터 학교폭력 논란이 따라온 멤버가 탈퇴한 이후 발표한 ‘안티 프래자일’에서 르세라핌은 시련을 극복하고 세상에 맞서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 곡은 르세라핌이 데뷔 과정에서 미리 준비한 곡으로, 그룹의 변화와는 무관했다. 하지만 르세라핌의 상황과 맞물리며 앨범과의 연결고리를 완성했고, 탄탄한 성장 서사가 그룹에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었다. ‘안티 프래자일’에 등장하는 “잊지 마 내가 두고 온 토슈즈(toe shoes)” (카즈하) “무시 마 내가 걸어온 커리어”(사쿠라)라는 노랫말은 15년간 발레를 하다 데뷔한 카즈하, HKT48부터 르세라핌까지 활동하고 있는 사쿠라의 실제 이야기로, 단연 ‘올해의 가사’로 꼽힐 만하다.

평균 나이 17세의 신인 그룹 뉴진스는 지난 8월 데뷔, K팝의 성공 공식을 깬 전략으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어도어 제공]

뉴진스는 기존 K팝 그룹의 데뷔와 성공 방정식을 완전히 뒤집은 그룹이다. 소녀시대 샤이니 에프엑스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의 콘셉트를 만든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 신규 레이블 어도어로 이적한 후 선보이는 첫 걸그룹이었다. 평균 나이 17세의 소녀들로 구성된 뉴진스는 일찌감치 그 어떤 걸그룹도 이루지 못한 신드롬의 주역이 됐다. 뉴진스는 전형적인 K팝 가수들과 달리 이렇다 할 사전 홍보 없이 일단 데뷔곡 뮤직비디오부터 공개했고, 무려 3개의 타이틀곡을 앞세우며 지난 8월 등장했다. 이들은 화려한 걸크러시가 대세를 이루던 때에 10대 소녀의 강점을 살린 비주얼과 음악으로 단숨에 주목받았다. 뉴진스의 뮤직비디오만 시청하면 그룹의 색깔과 정체성을 단번에 알 수 있을 만큼 이들의 콘셉트는 선명했다. 올 한 해 가장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뉴진스는 8월 13일 자 미국 빌보드 차트에 처음 등장한 이후 17주 연속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스포티파이에선 ‘어텐션’(Attention)과 ‘하이프 보이’(Hype boy)가 각각 재생수 1억회를 돌파했다. 데뷔 4개월 만에 이런 성과를 낸 그룹은 뉴진스가 처음이다.

지금의 4세대 걸그룹 돌풍은 기존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걸그룹의 최대 강점인 대중성에 보이그룹 못지 않은 팬덤을 더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포스트 BTS’는 걸그룹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4세대 걸그룹이 보여주고 있는 영향력과 방향성은 한층 진화했다”며 “과거 보이그룹을 K팝 산업이라 생각했다면 이제는 걸그룹 자체가 공고한 팬덤을 바탕으로 하나의 파워 하우스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봤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연구위원은 “현재의 걸그룹 돌풍은 여성이 다른 여성을 선망하거나 동경하는 마음 또는 그런 현상이 담겨 팬덤이 확장됐다”며 “걸그룹의 활동 반경은 기존 대중 시장 중심에서 팬덤 비즈니스 중심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남자 아이돌과 여자 아이돌을 구분하는 것이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무의미한 방향으로 K팝 시장이 흘러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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