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 데리고 2000㎞ 날아와 ‘약속’ 지킨 재두루미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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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알리는 진객 재두루미가 경기도 김포시 홍도평야에 찾아왔다.
한강 하구 주변에 있는 너른 농경지는 재두루미의 주요 도래지이다.
김포시에는 이제 재두루미가 10여 마리만이 관찰되며 조각난 홍도평과 태리, 평리 농경지에서 근근이 월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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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진객’ 재두루미 6마리, 김포 홍도평야 찾아
겨울을 알리는 진객 재두루미가 경기도 김포시 홍도평야에 찾아왔다. 한강 하구 주변에 있는 너른 농경지는 재두루미의 주요 도래지이다. 그러나 농경지 매립 등 급격한 환경 변화로 마지막 월동이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이들의 방문이 더욱 반갑다.
재두루미가 한강 하구에 처음 도래한 연도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1961년 11월 주한미군이었던 벤 킹 소위가 재두루미 대집단이 김포시 하성면 시암리 한강 하구 삼각주 갯벌에서 월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1972년 미국의 두루미학자 월킨쇼에게 구두로 보고한 데서 비롯된다. 그러나 1970년대 초반 간척사업으로 재두루미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1992년 12월 홍도평에서 난생처음 보는 커다란 몸집에 우아한 자태의 재두루미를 처음 발견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충격에 가슴이 떨렸다. 인생길이 달라지는 전환점이었다.
카메라로 촬영할 생각보다는 재두루미를 보호해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다행히 재두루미 개체 수는 2001년 최대 200여 마리로 늘어났다. 그러나 농지 매립과 무분별한 도로 및 아파트 개발은 막을 수 없었다. 김포시에는 이제 재두루미가 10여 마리만이 관찰되며 조각난 홍도평과 태리, 평리 농경지에서 근근이 월동한다.
예년 같으면 10월 중순부터 재두루미를 볼 수 있었으나 올해는 10월이 다 끝나가도록 관찰되지 않았다. 김포평야에서 그나마 명맥을 이어오던 재두루미를 볼 수 없게 되는구나 걱정이 되었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중, 11월10일 마침내 재두루미 6마리를 만났다. 부부 두 쌍이 새끼를 1마리씩 데리고 왔다. 기쁨도 크지만 안타까움이 더 앞선다.
철새들은 생존을 위해 쉼 없이 날아 국경을 넘고 바다를 건너 우리 곁으로 온다. 그들에게 비행은 투쟁이며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본능이다. 재두루미는 홍도평을 찾아온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지만, 우리는 외면하고 있다. 2000㎞ 머나먼 길을 날아와 얼굴에 힘든 모습이 역력하고 털도 거칠어 보인다.
새끼를 애지중지 돌보는 모정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새끼한테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고 곁에서 보살핀다. 부부가 주변 상황을 교대로 살피고 웬만한 위협요인이 없으면 자리에서 날지 않는다. 새끼가 날 때 소비되는 힘을 아끼기 위한 배려다. 해마다 변해가는 터전에서 이리저리 쫓기는 이들의 모습이 가련하다.
재두루미들이 우리나라를 잊지 않고 찾아올 수 있는 것은 부모로부터 이어온 학습 덕분이다. 이 땅이 변하지 않는다면, 그리하여 재두루미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면 올해 이곳을 찾아온 재두루미들은 내년에도 그 후로도 잊지 않고 찾아올 것이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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