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희망의 경계를 넘다 - 이혜승, 서진석 건축가 [효효 아키텍트]

2022. 12. 7.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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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회

<별이 사는 집>(2022. 12 준공 예정)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3층 단독 주택이다. 이형(異形)의 대지에 지어진 1층 주택을 3층으로 신축하는 프로젝트였다.

상도동 <별이 사는 집> 모형 / 제공 =스튜디오 뮤트
차가 진입하지 못할 정도로 좁은 골목, 신축 제한 등 난관이 있었으나 관공서를 상대로 집 주변의 전신주를 옮기는 등의 설득 과정이 있었다.

건축주는 출가하여 주변에 사는 자녀들의 의견을 취합, 세상을 먼저 떠난 자식이며 형제에 대한 슬픈 기억을 선명히 하고자 했다.

벽에 남겨진 낙서로 남겨진 이름 세 글자 등을 기록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건축가는 그 레터링을 건축 아키이브로 간직하고 있었다.

집의 중앙을 수직으로 관통하며 벽 사이를 오르고 내리면서 잡는 가드레일은 닿는 손의

압력과 촉감이 느껴지도록 섬세하게 설계했다.

몸이 움직이는 한정 공간에서 어린 시절 사계절을 같이 보낸 기억과 만나고, 놀던 추억의 장소가 머물게 하였다. 3층 끝에는 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보던 마당을 생각하며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 계단참을 만들었다.

다락, 옷장과 같은 기억 속 공간들을 되살렸다. 형제를 잃은 아이들은 아주 오랫동안 옷장, 책상 밑에 몸을 구겨 넣고 웅크릴 공간들을 필요로 하였다. 형제에 대한 추모와 자신들을 치유하는 방식이었다.

<별이 사는 집>은 지난 8월 서울 인사동의 갤러리 토포하우스에서의 전시 <기적의 상자>에 선보였다, 이혜승, 서진석의 스승인 정진국 건축가의 퇴임 기념 전시였다.

이혜승, 서진석은 대학 재학중 싱가포르에서의 교환 학생, 미국 유학, 졸업후 현지 건축사무소에서의 실무를 거쳤다.

건축가들이 유학한 필라델피아 소재 유펜(University of Pennsylvania)은 도시 안의 공간을 변화시켜 전체 도시의 이미지와 기능을 바꿔나가는 ‘어버니즘(urbanism)’을 추구한다. 10개 이상의 스튜디오가 방향을 달리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급진적 작업 방식을 택하는 학풍을 유지한다.

미국(Balmori Associates New York), 홍콩(Atkins Hong Kong) 에서는 컨벤션 홀과 컨서트 홀과 같은 대규모의 복합개발 프로젝트. 공항, 리조트, 클럽하우스,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 환승 중심 교통체계). 초고층 건물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였다. 대규모 프로젝트는 완결 사이클이 길어 완성을 빨리 볼 수도 없어 지치기도 한 시점에 도달하였다. 일을 계속하며 머무를지, 다른 용도의 건축 프로젝트를 담당하면서 삶과 일의 터전을 옮길지를 고민한 끝에 자신들만의 아틀리에 사무소를 선택했다.

사무소를 만든 첫해 맞부딪친 게 서울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 리모델링(2018) 프로젝트이다. 공장은 1958년부터 2013년까지 55년간 가동되었다. 자산가치를 지닌 부동산으로서 효율성을 담보하면서 개발 시대와 정보통신사회를 관통했던 장치 산업이면서 제조업의 터에 대한 기억과 가치를 살리는 개념을 제안하였다.

건축적으로는 지형의 특성으로 형성된 작업장이었던 삼각형의 중정, 각 독립 빌딩들의 특징 유지를 제안하였다.

대선제분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이어 1970-80년대의 전형적인 단독·다세대 주택으로 이루어진 인천상생마을의 150가구를 리서치·실측하여 집수리 가이드라인 수립 및 설계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였다.

2019년 경기도 화성 제암리 ‘화성 독립운동기념관’ 설계 공모에 입선했다.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제암리, 하천을 중심으로 좌우로 나뉘어진 대지를 하나의 길로 연결하고 관람자는

검은 벽을 통과하며 전시관에 출입한다. 대지의 입구이며 종료지점, 하천의 시작점에 공간 전이를 강조하는 두 개의 벽-문을 중앙부 검은 벽 양측에 배치하고 하나의 길 -

컨셉을 제안하였다.

화성 독립운동기념관 공모 입선작 / 제공 = 스튜디오 뮤트
들판에 거대한 (착색 콘크리트)검은 벽체를 세우는 안이 핵심이었다. 벽체는 땅 속으로 파묻혀있으나 벽체 뒤로는 세모형 중정(中庭)을 제안했다. 검은 벽은 참변의 희생자들과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새겨졌다.

2020년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학리 경로당(2023년 준공 예정) 설계공모에 당선되었다. 서울시 강남구는 시니어들의 현실적인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기존 ‘노인복지관’이나 ‘경로당’과 차별화된 ‘강남70+라운지’를 건립해 운영해 오고 있었다.

서울 논현동 학리 경로당 투시도 / 제공 = 스튜디오 뮤트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남측의 대형 건물들과 지형적 특성으로 조망과 채광이 제한되었다. 다양한 수직적 틈들은 프로그램간의 관계를 조율하며 이격시켜 바람의 길을 만들어야 했다.

내부적으로는 성별 분리 원칙을 지키면서도 노인들간 소통을 위한 시선 두기, 물리적으로는 층과 층이 분리되면서도 심리적으로는 소통되는 공간 구조를 고민했다.

경기도 김포 장기동 주택(2022)은 전형적인 신도시 택지 지구 해당 필지 첫 번째 집이었다. 가로에 면한 다층적인 정면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대지의 남측과 북측은 두 개의 주 진입 공간과 상호 연결되며 두 개의 재료로 구분된 하나의 볼륨으로 서로 두 얼굴을 만든다.

마을 입구에 해당하는 북동측은 볼륨을 분절하여 두 개의 박공 집이 중첩된 얼굴을 갖는다. 주변 맥락의 중심점이 되었으면 하는 건축가들의 바램이 담겼다.

김포 장기동 주택 / 제공 = 스튜디오 뮤트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송곡리 소소유락(2022)은 목이 긴 골목을 품은 대지에 위치한다. 계곡에 놓여진 돌 덩어리가 하나가 새로운 흐름을 만들듯이 매스를 중심으로 남북에 각각 정원을 두었다. 사용자가 사계절의 변화와 상호작용하여 기운생동(氣韻生動)을 느끼게 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불경기가 건축설계 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리 인상, 자재 단가 인상으로 건축주들은 단독주택에 대한 로망을 거둬들이고 있다. 설계는 끝났으나 시공을 늦추는 경우도 있다. 소규모 공공건축인 경우에도 관급 자재 수급 애로 등으로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있다.

이혜승, 서진석 부부가 경영하는 건축사사무소 스튜디오 뮤트도 수주 다변화를 시도 하고 있다. 노후화된 교육 공간 리모델링 프로젝트 들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대학 시절부터 ‘항상 붙어 다녔다’는 두 건축가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추구한다. 일에는 학교 강의도 포함한다.

[프리랜서 효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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