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지역 바람 평지보다 3배 강하고, 강수량 2배 많아…산불·산사태 막기 위해 ‘산림기상관측망’ 대폭 확충

윤희일 기자 2022. 12. 7.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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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북 울진 산불 발생 당시 야간 진화 장면. 산림청 제공

지난 6월 6일 해발고도가 778m인 강원 강릉 제왕산의 산림기상관측망에서 측정된 최대 풍속은 초속 15m로 걷기가 곤란한 정도였다. 하지만, 생활권인 강릉관측망에서 측정된 최대 풍속은 초속 9.4m로 나뭇잎이 크게 흔들리는 정도였다. 같은 날 제왕산관측망의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12.5㎜로 우비를 입어도 옷이 젖을 정도였지만, 강릉관측망의 강수량은 3.7㎜에 그쳤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 결과를 보면, 산악지역은 평지보다 풍속은 최대 3배 강하고 강수량은 최대 2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사람이 많이 사는 평지와 높은 산악지대의 날씨에 큰 편차가 생기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높고 험준한 산악지대에서는 상대적으로 바람이 강하고, 집중호우가 잦는 경우가 많아 산불이나 산사태의 위험이 크다.

산림청이 기후변화 시대에 늘어나고 있는 산불·산사태 등 산림 재해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기 위해 ‘산악기상관측망’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산림청은 산림기상관측망 설치 지역을 현재 464곳에서 2027년까지 620곳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산악기상관측망은 평지와는 다른 산악지역의 기온·바람·강수량 등 7가지 산악날씨 정보를 1분 단위로 관측,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산림청은 2012년부터 산악기상관측망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산불과 산사태가 잦아지고 있지만, 기상청에서 제공하는 날씨 정보는 생활권을 중심으로 한 것이어서 기상변화가 심한 산악 지형의 날씨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산악기상관측망의 정보는 산불이나 산사태를 예방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산불이 일단 발생하는 경우 진화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 3월 경북 울진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당시, 인근에 설치된 2곳의 관측망 정보를 바탕으로 산불확산 방향 등을 예측해 빠른 산불 진화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산림기상관측망 활용 개념도 . 산림청

산악기상관측망은 나무의 개화 시기와 단풍이 물드는 시기 등 계절적 변화를 관찰하고 예측하는 데도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올해의 경우 국내 양봉산업의 약 70%가 의존하는 아까시나무의 개화일을 예측해 발표한 바 있다. 또 가을철 단풍 절정 시기에 대한 예측 정보도 제공한 바 있다.

임상섭 산림청 차장은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기후변화로 백두대간 등 산림지역은 물론 도심권에서도 산림재난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산림은 물론 인구가 밀집한 도심생활권 인근에도 산악기상관측망을 집중적으로 설치해 더욱 정확한 산악기상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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