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의 카타르일기] "헤이 코리안! 스페인 지는 거 볼래?" 모로코 팬 점령한 공항

2022. 12. 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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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도하국제공항(카타르) 이현호 기자] “스페인 떨어지게 생겼어. 같이 보자.”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또 이변이 발생했다. FIFA 랭킹 22위 모로코가 우승 후보 스페인을 격침한 것이다. 모로코는 사상 첫 월드컵 8강에 진출했다. 아프리카 역대 4번째로 월드컵 8강에 진출한 팀이다. 스페인은 2018 러시아 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16강에서 탈락했다.

모로코-스페인 16강전은 7일 오후 6시(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두 팀은 전·후반 90분 동안 1골도 넣지 못한 채 연장전에 들어갔다. 연장 30분에도 득점은 없었다. 모로코와 스페인은 일본-크로아티아 경기 다음으로 이번 대회 2번째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승부차기가 시작된 시간은 저녁 8시 30분경. 기자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카타르 출국길을 취재하러 도하국제공항에 막 도착했다. 한국 대표팀이 일반 게이트와 분리된 프리미엄 게이트를 거쳐 나갔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리려던 때, 출구 옆 기념품 매장 직원들이 기자를 불렀다.

“너 한국인이지? 얼른 여기로 와봐. 스페인이 모로코한테 질 것 같아.” 한국인으로 확신하고 말을 건 것도 신기하고, 스페인이 모로코한테 진다는 말도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직원들의 설렘 가득한 표정을 보고 일단은 발걸음을 옮겼다.

이들은 계산대 앞에 휴대폰을 세워두고 승부차기를 집중해서 봤다. 자막을 보니 스페인 국기 옆에 빨간 점 3개가 있었다. 스페인이 3번 연속 페널티킥(PK)을 실축했다는 뜻이었다. 눈을 크게 뜨고 다시 봤다. 자막 실수가 아니었다. 스페인의 사라비아, 솔레르, 부스케츠가 연달아 실축했다.

그다음 모로코의 4번 키커는 아슈라프 하키미. 모로코가 자랑하는 최고 스타다. 공항 직원들은 두 손을 모으고 하키미 이름을 연호했다. 결국 하키미의 슈팅은 스페인 골망을 시원하게 갈랐다. 모로코가 스페인을 이겼다. 도하국제공항 직원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소리를 질렀다.

그와 동시에 공항 대합실의 대형 TV로 시청하고 있던 아랍계 승객 및 승무원들도 방방 뛰었다. 순간적으로 터져나오는 환호성에 깜짝 놀랐다. 웃고 있는 승무원 정장 가슴에 모로코 국기 배지가 달려있다는 것도 뒤늦게 눈에 들어왔다. 모로코의 붉은색 국기를 등에 둘러맨 팬도 여럿 있었다.

기자에게 “같이 승부차기 보자”고 제안한 직원들은 튀니지 국적이었다. 이들은 “모로코는 우리와 가까운 아랍계 이웃 국가다. 비록 튀니지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지만 모로코가 아랍인들의 자긍심을 높여줘서 기쁘다”며 밝게 웃었다. 월드컵이 주는 의미를 다시 되새겨볼 수 있는 뜻깊은 순간이었다.

[사진 = 이현호 기자,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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