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매력의 '요정' 같은 아티스트, 류현경 [인터뷰①]
상대역 김주헌에 "순수한 가치 추구하는 사람"
배우 류현경을 처음 만난 건 지난 2013년 영화 '전국노래자랑' 개봉을 앞두고였다. KBS 국민 장수 프로그램 '전국노래자랑'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개그맨 이경규가 제작해 큰 관심을 얻었다. 비록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으나 웃음과 감동을 선사해 97만 관객들의 지지를 받았다.
류현경은 생활력 강한 아내 미애를 연기했다. 당시 류현경은 막 30대에 접어든 터라 삶에 찌든 주부를 연기하기엔 다소 어린 나이였다. 하지만 아역 시절부터 쌓은 연기 내공으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녹아들었고, 생활연기로 호평을 끌어냈다.
실제로 만난 류현경은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에 화면보다 훨씬 어려 보이는 동안을 자랑했다. '예쁜 얼굴을 왜 그렇게 쓰냐'는 농담을 할 정도로 그는 여배우로서 욕심을 내기보단 작품의 가치를 보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왔다. 인기나 광고를 욕심내기보단 진정한 아티스트로서의 삶을 선택한 듯보였다.
지난 1996년 SBS 설 특집극 '곰탕'으로 데뷔해 어느덧 데뷔 27년 차가 된 류현경.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요정'을 통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그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생머리에 생긋 웃는 미소가 9년 전 첫 만남의 기억을 되살렸다.
'요정'은 한 동네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부부 영란(류현경)과 호철(김주헌)이 각자의 카페 매출로 귀여운 경쟁을 펼치는 현실적인 스토리를 다룬다. 이들 앞에 미스터리한 청년 석이 나타나 뜻밖의 행운을 선물하며 판타지적 재미를 선사한다.
류현경은 상대역 김주헌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잖아요. 너무 좋은 사람이에요. 가식적인 게 아니라 이미 몸에 배어있는, 애초에 기본적으로 선하고 순수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 같아요."
덕분에 촬영장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서로 연기 이야기나 자신이 걸어온 일생을 수다를 통해 풀며 공유하다 보니 더욱 편안했단다. 둘 사이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화면에 묻어나 환상의 케미가 완성됐다. "김주헌씨와는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복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까지 일하면서 상대가 싫었던 적은 없어요. 제가 파트너복은 타고난 것 같아요."
함께 출연한 김신비에 대해서도 애정을 드러냈다. "신인이고 첫 장편이니까 떨리고 긴장될텐데 잘 어울려서 서로 이야기도 많이 나눴죠. '치얼업'이라는 작품을 같이 하는데, 오디션 앞두고 '경상도 사투리 나오는데 어떻게 하냐'고 묻기도 했었어요. 그렇게 작품으로 연이 되어서 서로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이가 되는 게 어려운 일이거든요."
류현경이 작은 규모의 영화 '요정'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 이런 결의 영화를 좋아하는 본인 성향도 크게 작용했다. 그는 "소소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묘한 심리들을 포착해서 보는 희열이 있다. 나도 그런 걸 쓰고 써보려고 시도도 많이 한다"고 털어놨다.
일상적이고 생활감이 묻어있는 이야기인데 그 안에서 신비로운 일들이 생기고, 그것들로 인해 주인공들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섬세한 심리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일상에서 갑자기 외계인이 나온다든지 그런 느낌이었던 거죠. 제가 그런 것들을 좋아해요. 하하."
류현경은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덕분에 뮤직비디오 감독도 하고 단편도 찍어봤다. 그의 가슴 속에는 늘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다. "어떤 이야기를 만들고 싶단 건 항상 갖고 있었는데 추진력이 없기 때문에 지나고 생각하니까 '왜 안 했지?' 하는 것들이 있어요. 지금은 하고 싶은 걸 하는 시대니까 계속해서 쓰고는 있어요. 어떤 식으로 표출이 될진 모르겠지만 영화든 콘텐츠든 언젠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있죠."
연출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덕분일까. 류현경은 작업을 할 때 감독과도 긴밀한 소통을 하는 편이다. 이번에도 그랬다. 동갑인 신택수 감독과 많은 대화를 나눴고 그가 포착하고 싶어하는 부분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연기했다.
"감독님이 동갑인데도 너무 깍듯하게 대하더라고요. '진지 잡수셨냐'고 해서 충격 받았어요. 하하. 시사회 하고나서 주헌 오빠랑 저를 두고 부부 얘길 또 쓰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안 믿었더니 '계약서 쓸까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영상을 찍어놨죠. 우리가 진짜 부부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을 감독님이 좋아했고 만족도가 높았던 것 같아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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