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따윈 안중에도 없는 전직대통령의 자기고백 [핫이슈]

박봉권 기자(peak@mk.co.kr) 2022. 12. 7.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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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유족 가슴에 또 대못,공감능력 ‘제로’
2. 사실 아닌 추정으로 월북 기정사실화
3. 정작 해명 필요한 본질은 좌고우면
4. ‘무례’ ‘도 넘지마라’는 제왕적 어투
문재인 전 대통령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사진 = 연합뉴스]
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몰이를 둘러싼 문재인 전대통령 행태에 몇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첫째, 자신을 법위의 존재로 착각하는듯한 권위주의적 특권·선민의식이다.

두달전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월북몰이 서면조사 통보에 그는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제왕적 어투에 불편을 느낀 장삼이사가 한둘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전혀 개의치 않는듯하다.

서훈 전청와대 안보실장 구속여부를 결정하는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1일엔 “도를 넘지 않기를 바란다”며 아예 경고장까지 날렸다.

영장판사한테 경거망동 말라는 겁박으로 들렸다면 과민반응인가.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하면 될일인데, 거기에 왜 ‘도를 넘지 말라’고 하는건지 당최 이해불가다.

어쨌든 판사 심기를 건드린 괘씸죄인줄 모르겠지만 서 전실장은 구속됐다.

전직대통령은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1명의 국민일뿐이다.

특혜·선민의식에 빠져 제왕적 군주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둘째, 이번 입장문은 자진월북 결론이 ‘사실’이 아닌 ‘추정’일뿐이라는 문 전대통령의 자기고백이다.

서해 피격 사건에 대한 문 전대통령의 첫 공식입장문은 한가지 사실을 또렷하게 확인시켜줬다.

문정권도 서해피격 공무원의 자진월북을 100% 확신하진 못했다는 것.

입장문 핵심내용은 이거다.

“당시 안보부처는 사실을 명확하게 규명하는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획득 가능한 모든 정보와 정황을 분석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사실을 추정했다”

“대통령은 특수정보까지 직접 살핀 후 그 판단을 수용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자진월북 결론은 추정의 결과물’이라는거다.

확보 가능한 정황증거만 가지고 자진월북으로 추정했다는 실토다.

대통령은 실제로 있었던 ‘사실’이 아니라 ‘추정한 가정’을 수용했을뿐이다.

한국사회에서 월북자 딱지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월북자 가족 낙인이 찍히면 정상적인 사회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만큼 사회적 살인행위나 마찬가지인 자진월북 판정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99% 확신이 들더라도 단 1%의 의혹이 남는다면 자진월북으로 단정짓고 몰아가서는 안됐다.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만큼 범죄 소명이 확실해야만 법관이 유죄 선고를 내리는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동료선원들은 망자가 월북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방수복’을 입지 않은채 차가운 바닷물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이같은 자진월북과 정면배치되는 증언과 정황이 있는데도 이를 꽁꽁 숨겼다.

그리고선 월북몰이를 자행했다.

도대체 왜 그랬나.

셋째, 국민적 의구심이 큰 본질적인 사안에 대한 해명이 전혀 없다.

문 전대통령에게 보고가 올라간뒤에도 3시간이나 망자는 살아있었다.

그런데도 문 전대통령은 아무런 조치도, 지시도 하지 않은채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문 전대통령은 남북통신선이 두절돼 연락을 취할수 없었다고 말했지만 거짓이었다.

유엔군 산하 판문점 채널을 이용할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국민과 유족은 망자가 서해상에서 생사를 다툴때 왜 대통령이 아무런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고 묻고 있다.

망자가 참혹한 죽음을 맞은후 3시간뒤에 종전 지지를 외치는 문 전대통령 유엔총회 화상연설이 시작됐다.

국민과 유족은 기만적인 평화쇼를 위해 자진월북으로 몰아간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2년전 망자의 고교생 아들에게 ‘진실을 밝혀낼 수 있도록 직접 챙기겠다는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는데 왜 그 약속을 안지키는지,

법원의 관련정보 공개 결정에 불복한채 아예 15년간 보지도 못하게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한 이유가 뭔지를 국민과 유족은 묻고 있다.

하지만 입장문에서 이런 본질적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하나도 찾아볼수 없다.

넷째, 무엇보다 그의 입장문 어디에도 유가족에 대한 배려는 커녕 언급조차 없다.

되레 망자를 또다시 자진월북자로 기정사실화해 유족에 대한 2차·3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다.

이렇게 유족 가슴에 대못을 박아도 되나 싶을 정도다.

서 전실장 구속 다음날에 ‘그런 신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안타깝다“는 SNS 글을 올린건 아무리봐도 어이가 없다.

오직 자기측근만 있을뿐 유족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식의 행태다.

유족의 비통한 심정을 단 한번이라도 헤아려봤다면, 기본적인 공감능력과 측은지심이라는게 있다면 도저히 이럴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람이 우선이다‘’국민만 바라본다‘고 했던건 허언이었나.

40대 가장이 북한군의 야만적 만행으로 참혹한 죽음을 당했다. 시신은 찾을수도 없다.

박봉권 논설위원(pea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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