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의 ‘겟세마네’ 샤우팅 … “더 인간적인 예수 노래한다”

박세희 기자 2022. 12.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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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뮤지컬의 고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서 배우 마이클 리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 전 느끼는 두려움과 고통을 격정적인 노래로 표현한다. 지난달 2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예수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 크다”며 “이번 공연에선 조금 더 인간적인 예수를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슬 기자
내년 1월 15일까지 공연되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한 장면. 블루스테이지 제공

■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마이클 리

절규하는 심정, 이유 있는 고음

배신 당한후 고통·두려움 표현

한곡에 우리인생 전부 들어있어

젊은예수 스토리 로큰롤과 맞아

50년 넘게 사랑 받는 작품으로

‘너의 마음 따르라’ 메시지 유효

“죽어서 난 무엇이 되나. 죽어서 난 무엇을 얻나. 보여줘요 내 죽음이 갖게 될 의미. 알려줘요 내 죽음이 갖게 될 영광. 헛된 죽음 아니란 걸 보여줘 제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넘버 ‘겟세마네’ 중)

내년 1월 15일까지 서울 강남구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되는 록 뮤지컬의 고전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 전 7일간을 다룬다. 유다는 예수를 배반하고 예수를 유대의 왕이라 추앙하던 이들 역시 등을 돌린다. 예수는 죽음을 당하기 전,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 “내가 왜 죽어야 하느냐”며 절규한다. 이때 부르는 곡 ‘겟세마네’는 이 뮤지컬의 백미다.

마이클 리는 ‘겟세마네’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배우 중 하나다. 안정적인 발성과 풍부한 감성으로 곡을 이끌고 후반부에 폭발하는 고음으로 예수의 감정을 격정적으로 분출한다. 이 곡은 뮤지컬계에서 가장 난도 높은 곡 중 하나기도 하다. 기술적으로는 무려 ‘3옥타브 솔’의 강렬한 샤우팅이 필요하고, 감정적으로는 다가오는 죽음을 두려워하며 자신이 왜 죽어야 하는지를 따져 묻는 예수의 ‘마음’을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마이클 리는 ‘겟세마네’에 대해 “우리 인생 전부가 들어있는 아주 특별한 곡”이라고 말했다. “배신당하고 매도 맞으며 느끼는 그의 고통과 두려움, 의심 등 모든 감정을 다 내보이는 노래예요. 왜 내가 죽어야 하느냐고 따져 묻고 마지막엔 ‘그래도 이게 나의 운명이니 받아들여야지’라고 체념하는 것까지, 우리가 경험한 인생 모두가 한 곡에 들어가 있는 셈이죠. 때때로 배우를 멋지게 보이려 이유 없이 고음을 넣는 경우가 있는데 ‘겟세마네’에선 이렇게 ‘이유 있는’ 샤우팅이 이뤄집니다. 그래서 ‘겟세마네’는 어렵지만 어렵지 않은 곡입니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지나고 다시 공연을 올리는 데 대해 그는 크게 기뻐했다. “7년 동안 아껴둔 에너지를 다 쏟아내는 느낌이에요. 지난달 10일 첫 번째 공연 때는 평소 때보다 2배 정도 더 큰 에너지를 낸 것 같아요. 정말 행복합니다.”

이번 공연은 어떤 점이 다르냐는 질문에 그는 “조금 더 인간적인 예수를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연습을 시작하기 전 테이블 워크(대본 리딩 전 대본에 대한 연구) 때 홍승희 연출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이번 예수는 조금 더 인간적으로 진행해보자고 이야기했어요. 예수의 마음 안으로 들어가 그가 느꼈던 두려움, 의심, 그의 감정을 더 잘 표현하려 합니다.”

공연에서 예수는 어둑한 무대 위 유달리 환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한다. 성스러운 존재인 예수를 부각하는 연출이다. 매번 ‘예수’로 다시 태어나는 느낌이 어떠냐는 물음에 그는 “책임감”을 이야기했다. “책임감이 큽니다. 말 그대로 ‘예수님’이잖아요. 매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할 때마다 ‘지금부터 난 예수로 살아야 한다’고 마음을 다지게 돼요. 물론 전 완전 사람이지만요. 하하.”

1971년에 초연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50년 넘게 계속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단박에 “음악이죠”라고 답했다. “이야기에 담긴 열정이 ‘로큰롤’ 장르와 잘 맞는 것 같아요. 당시 예수와 제자들은 모두 젊었잖아요. 그래서 록 음악에서 나오는 임팩트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예수의 인간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과 유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50년 전 작품이 지금 우리에게 갖는 의미는 뭘까. “넘버 중 ‘그를 사랑하는 법을 몰라’(I don’t know how to love him)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우리 인생엔 모르는 것들이 엄청 많잖아요.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죠. 그렇다고 미래를 너무 많이 생각하면 헛된 에너지 소비 같아요. 지금, 오늘을 위해 살아야 해요. 우리 머리는 몰라도 마음은 다 알고 있거든요. ‘너의 마음을 따르라’(Follow your heart)라는 메시지는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배우가 된 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한다고 했다. ‘겟세마네’와 같은 고난도의 노래를 소화하려면 체력 관리는 필수다. 술, 담배는 안 한다. “팬데믹 동안 고민할 시간이 많았잖아요. 내가 왜 연기를 하고 배우로 살고 있는지 많이 생각해 결론을 냈어요. 예술가에게 예술은 일이 아니라 축복이라는 결론을요. 이렇게 노래하고 연기할 수 있어 정말 큰 행운이고 축복이라는 것을 팬데믹 때 다시 깨달았어요. 우리 예술가들은 그것을 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얼마나 행운인지요(how lucky we are). 노래를 정말 좋아해요. 오래오래 하고 싶습니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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