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쇼트시네마⑯] 빛날 수록 어두워지는 '경주의 진실'

류지윤 입력 2022. 12. 7.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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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편집자주> 대학원생 경주는 졸업을 위해 시나리오를 준비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써라"라는 조언 뿐이다.

예빈은 경주의 학교에 입학하고 싶다면서 경주에게 피드백을 부탁하고, 경주는 예빈의 글에서 자신은 쓸 수 없는 상업적인 이야기를 읽게 된다.

경주는 진실을 숨기고 자신이 원하는 지점까지 달려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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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선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대학원생 경주는 졸업을 위해 시나리오를 준비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써라"라는 조언 뿐이다. 교수에게 "저는 작은 순간이 인생을 결정하는데 큰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라는 말로 반박하지만, 이 문장은 완성되지 못한다. 졸업을 해야만 하는 상황 속 경주를 흔드는 말들은 뜨거운 여름 날의 공기를 더욱 덥게 만든다.


시나리오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경주(이태경 분)는 고등학생 예빈의 시나리오를 읽게 된다. 예빈은 경주의 학교에 입학하고 싶다면서 경주에게 피드백을 부탁하고, 경주는 예빈의 글에서 자신은 쓸 수 없는 상업적인 이야기를 읽게 된다.


그리고 경주는 "그런 이야기를 못쓰는 게 아니라 안 쓰는 것"이라고 단언하던 자신의 신념을 잠시만 접어두기로 한다. 고민 끝에 예빈의 시나리오를 참고해 이야기를 고쳐나가기 시작하고 비로소 교수로부터 칭찬과 격려를 받는다. 경주의 시나리오가 완성되려면 예빈의 포기가 필요하다. 이 사실은 모르는 예빈은 경주에게 자신의 시나리오가 왜 별로인지 따지고 묻는다.


경주는 "누구의 이야기인지, 사실인지 아닌지 사람들은 궁금해하지도 않는다"라는 말로 예빈을 포기시키지만, 사실 이 말은 경주가 자신에게 하는 외침이다.


'경주의 진실'은 주인공 경주가 숨기고 있는 '진실'을 뜻하기도 하지만, 달리는 경주라는 중의적인 의미도 연상케 한다. 자신이 도달하고 싶은 지점까지 가기 위한 숨겨진 진실이기도 하다.


비주류와 주류 영화 사이에서 고민하는 영화학도의 모습은, 누구나에게 대입할 수 있다. 자신의 신념과 세상의 잣대 사이의 갈등은 연애, 취업, 꿈, 결혼 등 보통의 상황에서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경주는 진실을 숨기고 자신이 원하는 지점까지 달려나갈 수 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르지만 사건 이후 예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일상을 나아가는 경주의 얼굴은 복합적인 잔상을 남긴다. 다음으로 나아갈 동력은 얻었지만 자신에게 없는 능력을 가진 예빈을 마주칠 때마다 비참함과 자기합리화를 반복하지 않을까. 영화 첫 장면에서 교수에게 "저는 작은 순간이 인생을 결정하는데 큰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라는 문장은 영화의 마지막과 함께 비로소 마침표를 찍는다. 러닝타임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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