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쇼트시네마⑯] 빛날 수록 어두워지는 '경주의 진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편집자주> 대학원생 경주는 졸업을 위해 시나리오를 준비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써라"라는 조언 뿐이다. 편집자주>
예빈은 경주의 학교에 입학하고 싶다면서 경주에게 피드백을 부탁하고, 경주는 예빈의 글에서 자신은 쓸 수 없는 상업적인 이야기를 읽게 된다.
경주는 진실을 숨기고 자신이 원하는 지점까지 달려나갈 수 있을까.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편집자주>
대학원생 경주는 졸업을 위해 시나리오를 준비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써라"라는 조언 뿐이다. 교수에게 "저는 작은 순간이 인생을 결정하는데 큰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라는 말로 반박하지만, 이 문장은 완성되지 못한다. 졸업을 해야만 하는 상황 속 경주를 흔드는 말들은 뜨거운 여름 날의 공기를 더욱 덥게 만든다.
시나리오 강사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경주(이태경 분)는 고등학생 예빈의 시나리오를 읽게 된다. 예빈은 경주의 학교에 입학하고 싶다면서 경주에게 피드백을 부탁하고, 경주는 예빈의 글에서 자신은 쓸 수 없는 상업적인 이야기를 읽게 된다.
그리고 경주는 "그런 이야기를 못쓰는 게 아니라 안 쓰는 것"이라고 단언하던 자신의 신념을 잠시만 접어두기로 한다. 고민 끝에 예빈의 시나리오를 참고해 이야기를 고쳐나가기 시작하고 비로소 교수로부터 칭찬과 격려를 받는다. 경주의 시나리오가 완성되려면 예빈의 포기가 필요하다. 이 사실은 모르는 예빈은 경주에게 자신의 시나리오가 왜 별로인지 따지고 묻는다.
경주는 "누구의 이야기인지, 사실인지 아닌지 사람들은 궁금해하지도 않는다"라는 말로 예빈을 포기시키지만, 사실 이 말은 경주가 자신에게 하는 외침이다.
'경주의 진실'은 주인공 경주가 숨기고 있는 '진실'을 뜻하기도 하지만, 달리는 경주라는 중의적인 의미도 연상케 한다. 자신이 도달하고 싶은 지점까지 가기 위한 숨겨진 진실이기도 하다.
비주류와 주류 영화 사이에서 고민하는 영화학도의 모습은, 누구나에게 대입할 수 있다. 자신의 신념과 세상의 잣대 사이의 갈등은 연애, 취업, 꿈, 결혼 등 보통의 상황에서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경주는 진실을 숨기고 자신이 원하는 지점까지 달려나갈 수 있을까. 그건 아무도 모르지만 사건 이후 예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한 채 일상을 나아가는 경주의 얼굴은 복합적인 잔상을 남긴다. 다음으로 나아갈 동력은 얻었지만 자신에게 없는 능력을 가진 예빈을 마주칠 때마다 비참함과 자기합리화를 반복하지 않을까. 영화 첫 장면에서 교수에게 "저는 작은 순간이 인생을 결정하는데 큰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한다"라는 문장은 영화의 마지막과 함께 비로소 마침표를 찍는다. 러닝타임 25분.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남욱 "이재명, 씨알도 안 먹힌다는 의미는 아랫사람이 다 알아서 했다는 뜻"
- 전현직 친문(親文) 세 여자 고관(高官)의 ‘추락’
- 강남 샐러드 전문이라더니…24시간 성매매 비밀 사무소였다
- [법조계에 물어보니 80] "서훈 풀려나면 윗선 수사동력 떨어져…적부심, 기각될 것"
- "딴 여자랑 연락을 해?" 23cm 칼로 남친 허벅지 찌른 20대女
- [총선백서 ⑦] 용산 뒤집은 '동부이촌동·한남동'의 힘
- 영수회담 전격 발표…윤 대통령·이재명의 '동상이몽' [정국 기상대]
- 조국혁신당, 원내교섭단체 구상 '삐걱'…22대 개원 이후로 미루나
- ‘개콘’ 위상 흔들려도…스케치 코미디로, 만담으로 계속되는 코미디언들 실험 [D:이슈]
- ‘사실상 결승전’ 맨시티 vs 첼시 빅매치 승자는?